[사이테크 플러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노폐물 청소가 진행된다"
미국 연구팀 "숙면 때 노폐물 제거 초파리실험 확인…뇌건강·퇴행성신경질환 예방에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초파리 실험으로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수면 중 노폐물 제거 기능이 초파리와 인간의 공동 조상에게 있던 것이 진화적으로 보존돼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라비 알라다 교수팀은 22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수면 상황에서 초파리의 뇌 활동과 행동을 관찰한 결과 깊은 수면이 퇴행성 뇌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단백질 등 뇌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 작용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척추동물을 포함해 동물계 전반에서 수면은 신체 기능 회복 등 유익한 작용을 한다는 게 규명됐지만, 어떤 메커니즘으로 학습이나 기억, 면역 기능, 상처 치유 등 작용을 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모든 동물이 잠을 자는 동안 천적의 공격 등에 대응할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생체리듬에 따라 잠을 자도록 진화해온 배경과 수면의 정확한 기능 등을 밝혀내는 것도 학계의 오랜 연구 과제가 돼 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다양한 조건의 초파리 수면 환경을 만들고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며 초파리의 행동과 체내 현상을 관찰했다. 초파리는 인간과 매우 다르게 보이지만 수면 주기를 관장하는 신경은 사람과 매우 유사해 수면과 생체리듬 퇴행성 신경질환 등을 연구하는 동물모델로 많이 사용된다.
실험 결과 초파리가 잠을 잘 때 주둥이(Proboscis)가 확장·수축을 반복하는 '주둥이 확장 수면'(PES : Proboscis Extension Sleep) 현상이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에 따라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주둥이 확장 수면 단계는 사람이 깊은 잠을 잘 때 4㎐ 이하의 느린 뇌파가 나타나는 '서파수면'(slow-wave sleep)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알라다 교수는 "초파리는 주둥이 확장, 수축하는 펌프질 동작을 통해 (노폐물) 액체를 신장 같은 기관으로 밀어낸다"며 "이것이 (뇌 노폐물) 청소작용을 하고 부상 회복을 돕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둥이 확장 수면' 현상과 그에 수반한 체내 신진대사는 초파리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주둥이의 확장·수축을 접착제 등을 이용해 억제할 때는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주둥이 확장 수면의 노폐물 제거 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초파리 체내에서 신진대사가 되지 않는 염료가 든 먹이를 먹인 뒤 주둥이를 접착제로 고정하자 염료 제거 속도가 느려졌고 외상성 손상에도 더 취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라다 교수는 "노폐물 제거는 일반적으로 뇌 건강 유지나 퇴행성 신경질환 예방에 중요하다"며 "노폐물 제거 작용은 깨어있을 때와 잠잘 때 모두 일어날 수 있지만 깊은 수면 중에 강해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깊은 수면이 초파리에서 노폐물 청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 연구 결과는 노폐물 제거가 진화적으로 보존돼온 수면의 핵심 기능임을 보여준다"며 "이는 노폐물 제거 기능이 초파리와 사람의 공통 조상에게 있던 수면의 기능이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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