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구조사국장도 사의…선거용 불법체류자 통계 의혹 여파
"통계 생성 앞당겨라" 내부 고발 후 정치·시민단체서 사퇴 촉구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에 맞춰 인구 조사 통계를 생산했다는 비판 속에 인구조사국장이 사임키로 했다.
스티븐 딜링햄 국장은 18일(현지시간) 성명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바뀌는 20일 국장직에서 사임하겠다"며 "계속 업무를 수행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지금 결단을 내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딜링햄 국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지만 1년 가까이 앞당겨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딜링햄 국장 공석 중에는 론 자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국장직을 대행할 예정이다.
현재 인구조사국은 2020년 인구조사 통계 자료를 생성 중이다. 이를 통해 각주에 배정되는 선거인단 숫자와, 매년 1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예산 지출 근거도 산출한다.
딜링햄 국장의 사임 발표는 최근 내부 고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 현황 보고 시한을 설정해 강압적으로 자료를 생성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주 딜링햄 국장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앞서 라틴계 선출·지명직 공무원 단체, 아시아계 미국인 권리 단체, '시민과 인권 리더십 콘퍼런스'를 포함한 인권단체들도 사퇴를 촉구했다.
딜링햄 국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행정 자료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포함한 체류 자격을 나타내는 자료 생성을 무기한 중단토록 지시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헌법과 연방 법률에 따라 불법 체류자를 인구 집계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통계 자료 생성을 추진했지만, 민주당 측은 이를 통해 공화당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지난해 인구조사 설문지에는 미국 체류 자격 문항도 포함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차 행정명령에서 인구조사국이 불법 체류자 현황 파악을 위해 행정 기록을 이용하도록 했으며, 지난해 2차 행정명령에서는 불법 체류자는 제외하고 각주의 하원 의석을 배분토록 했다.
이후 불법 체류자를 제외한 의석 배분에 대한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됐으나 대법원은 아직 구체적 피해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인구조사국은 오는 3월 초까지 불법 체류자 현황 자료를 완성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오류 수정 작업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AP 통신이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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