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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첩이 100여명?' 중국인도 놀란 뇌물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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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첩이 100여명?' 중국인도 놀란 뇌물 끝판왕
3천여억원 수뢰…신중국 창건 이래 최고액 "청나라 황제냐" 비난
한번에 최대 1천억원까지 챙겨…방마다 '고액 현금다발' 빼곡
"중국 고위직, 박봉에 정관계 인맥 로비 유혹 견디기 쉽지 않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첩 100여명과 같이 살았다니 현대판 황제나 다름없네요."
중국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청나라 시대 황제에 버금가는 호화판 생활을 누렸던 뇌물왕이 적발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시끄러웠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한국 돈으로 1천~2천억원대 수뢰 혐의로 구속됐던 중국 거물급 관료나 재계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독 중국인들이 중국 최대 자산관리회사인 화룽(華融)자산관리 라이샤오민(賴小民) 전 회장의 부정부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부정 축재 규모 뿐만 아니라 엽기 행각 또한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일단 착복한 액수만 17억8천800만 위안(한화 3천44억원)으로 1949년 신중국 창건 이래 최고다.
부정부패 사범을 단속하는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조차 라이 전 회장만큼 엄청난 뇌물 액수에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인물은 없었다고 밝힐 정도다.
일단 라이샤오민 전 회장이 회사 공금이나 수뢰를 통한 착복 액수만 17억8천800만 위안이며 이외에 다른 사람과 함께 빼돌린 공공 자금도 2천513만 위안(43억원)에 이른다.
라이 전 회장은 뇌물 중 일부 현금과 귀중품을 베이징의 한 대형 저택에 보관해 놓고 이곳을 '마트'라고 부르며 관리해왔다.
이 저택을 뒤져봤더니 무려 2억 위안(340억원)이 넘는 현금과 더불어 부동산 증서, 주식, 국보급 서화, 최고급 자동차, 골드바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보관된 현금이 너무 많다보니 방마다 대형 캐비닛에 100위안(1만7천원)짜리 현금다발이 빼곡하게 쟁여져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현금 2억 위안이면 무게로만 2.5t에 달한다.
아울러 골드바도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고 지하 주차장에는 롤스로이스 등 수억원짜리 고급 차들이 즐비해 현장 조사반들을 아연 실색하게했다.
중앙기율위 사건조사 부팀장 리옌루는 "조사 과정에서 거액의 위안화와 국보급 서화, 고급 자동차들을 압수하고 베이징과 주하이, 하이난 등에 있는 고가의 부동산들을 압류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라이 전 회장은 어떻게 해서 이 많은 뇌물을 챙겼을까.
그는 중국 최대 자산관리회사 회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회사 공금을 유용하고 불법 하청, 부정 승진 등을 일삼으며 거액의 뇌물을 착복했다.
건당 수뢰액도 2억 위안(340억원), 4억 위안(681억원), 6억 위안(1천21억원)짜리까지 있을 정도로 통 크게 받아먹었다. 4천만 위안(68억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도 6건에 달했다.
더 엽기적인 것은 라이 전 회장은 결혼한 유부남임에도 다른 여자와 장기간 부부 사이로 지내며 슬하에 아들 2명을 뒀다는 것이다.
웨이보 등에는 라이 전 부회장이 주택만 100채가 넘고 첩도 100여명을 뒀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이들 첩은 모두 한 아파트 단지에 살며 전처부터 시작해 내연녀 등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 첩을 화룽자산 계열사의 주요 보직에도 앉혀 족벌 체제 구축까지 시도했다는 점이다.

중앙기율위 감독실 부주임 천칭푸는 "라이 전 회장의 욕심은 끝이 없었던 거 같다"면서 "한 지하 주차장을 뒤졌더니 수억원 짜리 고급 차들로 가득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라이 전 회장은 중국 당국의 조사를 피하려고 뇌물을 주로 현금으로 받아 자신이 '마트'로 부르는 주택에 보관해왔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그 많은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웨이보 등에서 중국 네티즌은 "탐관오리의 끝판왕이다", "네가 청나라 황제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라이 전 회장은 톈진(天津)시 중급인민법원에서 뇌물 수수죄, 공금 횡령죄, 중혼죄 등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왜 이런 역대급 부정부패가 계속 나올까.
이는 사회주의 특성상 정부 관리나 국유기업 고위직의 권한이 막강한 반면 실제로 받는 임금은 매우 적어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 지도부 들어 부정부패 드라이브로 고위직들의 착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인맥이 중요시되는 중국 사회에서 고위직들이 다양한 정관계 로비에 버텨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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