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한국 겨냥 "'김치의 왕' 주장은 불필요" 주장
'김치 논쟁' 놓고 중국 아나운서 한국에 '소국' 운운 말막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이 일으킨 김치 기원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언론이 "'김치의 왕'을 주장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4일 한국 누리꾼들이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의 트위터에 몰려가 김치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장 대사는 지난 3일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서 갓 담근 김치를 놓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는 "겨울 생활도 다채롭고 즐거울 수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손수 만든 김치를 먹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이 지난해 11월 김치 기원 논쟁을 시작한 뒤 중국 대사가 한국 음식을 만들어 트위터에 올린 것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 트위터에서 김장 체험을 하는 사진과 함께 '한국산 원조 김치'를 뜻하는 해시태그(originalKimchifromKorea)를 단 일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장 대사가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출신으로 이곳에서는 김치를 흔히 먹는다고 강조했다. 랴오닝성 일부 지역에는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 신문은 또 한국과 중국의 '김치 충돌'은 두 나라가 문화와 음식에서 수천년간 관계를 맺어온 것을 반영한다면서 '김치의 왕' 주장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김치를 자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며 한국 문화를 훔치려 한다는 한국 측의 반발을 일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과거 중국의 '동북 공정' 역사 왜곡에 빗댄 '김치 공정', '문화 공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염장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인증을 받은 것을 한국 김치와 연결시키며 '중국이 국제 시장의 기준이 됐다'는 논조를 폈다.
하지만 ISO의 인증을 받은 것은 '파오차이'(Paocai)이지 '김치'(Kimchi)가 아니다. 파오차이와 김치는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가 다르다. 김치(Kimchi)의 식품 규격은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국제 표준으로 정한 바 있다.
최근 유튜브 구독자 1천400만명을 보유한 스타 블로거 리쯔치(李子柒)가 김장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중국음식'(#ChineseFoo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한중 누리꾼이 격렬한 '댓글 전쟁'을 벌이는 등 김치 논쟁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이번 김치 논쟁과 관련 한국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랴오닝성의 한 방송국 아나운서는 전날 인터넷 동영상에서 김치를 하찮은 음식 취급하면서 한비자를 인용해 한국을 향해 '소국이 이웃의 큰 나라를 무례하게 모독하면 망할 수 있다'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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