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핫이슈된 주식 공매도, '개미'는 못한다?
일시금지된 공매도 재개 찬반 논쟁 속 부정확한 주장도 유통
개인은 공매도 못 한다?…개인도 가능하지만 기관보다 조건 불리해
무차입 공매도 허용?…법으로 금지됐지만 처벌 약하고 적발도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시장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해진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는 개인 투자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공매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공지 문자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공매도 금지에 대한 별도의 정책 결정이 없다면 예정대로 3월 15일부터는 공매도가 재개된다는 취지다.
공매도 재개가 가시화하자 주가 하락을 우려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 반대 움직임이 활발하다. 증시의 '거품'을 제거하는 '조정장치'로서의 공매도 재개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지만 이른바 '동학개미' 사이에서는 공매도 반대 여론이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영구 금지' 청원에 13일 오후 2시 현재 10만7천737명이 동의했다.
온라인상에선 "기관에만 허용된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라거나 "기관 투자자들이 실제로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로 부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 "개인은 공매도 못 한다?"…개인도 공매도 가능, 단, 기관보다는 불리한 조건
우선 '공매도가 기관 투자자에게만 허용돼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엄밀히 따지면 사실이 아니다.
공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빌린 주식만큼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방식이다. 매도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차액만큼 손해를 보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구조다.
예를 들어 A사의 주식이 1만원 일 때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1만원 이상일 때 다시 매수해 갚으면 손해를 보고, 1만원 이하일 때 갚으면 이익을 보는 식이다.
공매도가 기관에만 허용된다면 주가 하락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손실을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에는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를 제한하는 규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을 빌릴 수만 있다면 개인 투자자도 얼마든지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약 3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약 24억원이었다. 또 2016년 한 해 동안 공매도를 한 개인 투자자의 계좌 수는 약 6천400개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나름 이뤄졌던 것이다.
이처럼 공매도가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제한 없이 허용된 것은 공매도 자체에 주식 가격의 '과대평가'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등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론상 주식의 가격은 해당 주식의 시장가치를 높게 평가한 매수세와 낮게 평가한 매도세의 균형으로 이뤄지지만 모든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매수와 달리, 매도는 주식 실제 보유자만 할 수 있는 '불균형'이 존재한다. 그런 터에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주식의 시장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공매도 제도는 주가 과대평가에 따른 시장의 '거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가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지지 않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즉, 개인이 공매도를 할 수 없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나 공매도 조건 측면에서 개인이 기관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것은 '팩트'다.
공매도는 증권사가 기관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거래'와 개인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대주거래'로 나뉘는데 후자의 대여조건이 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대차거래는 대여기간이 6개월∼1년인 반면, 대주거래는 대여기간이 30∼90일에 불과하다. 또 수수료도 대차거래가 1∼4% 수준이지만, 대주거래는 통상 5% 이상이다.
기관 투자자는 1∼4%의 수수료를 내는 조건으로 빌린 주식을 최장 1년 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주가 하락 시기를 기다렸다가 공매도를 실시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개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내고 빌린 주식을 최장 석달 안에 매도한 뒤 갚아야 하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조건이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불리한 조건때문에 실제 거래규모는 기관 투자자에 비해 미미한 수준"라며 "정부 차원에서 개인과 기관 사이의 불합리한 격차를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매도 재개되면 무차입 공매도 허용?"…법은 금지하지만 처벌 약하고 적발도 힘들어
공매도 반대론자들은 또 '공매도가 재개되면 기관 투자자들은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해져 부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무차입 공매도란 미리 주식을 빌려두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매도한 뒤 나중에 주식을 빌려서 주겠다는 일종의 신용 거래다.
실무적으로는 주식을 빌려주기로 구두 약속한 뒤 이를 근거로 계좌에 주식을 가(假) 입고해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식을 빌려올 수 있다는 근거만 제시한 상태에서 공매도를 실시하는 것이다.
우선 이 같은 무차입 공매도는 2000년 6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지된 상태다.
자본시장법 180조는 '미리 빌려둔 주식을 이용한 공매도'(차입 공매도)를 제외한 모든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주식을 실제로 빌린 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 이외의 공매도는 모두 불법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또 자본시장법 426조와 427조에 따라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 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증권선물위원회가 혐의자에 대한 조사 및 압수·수색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차입 공매도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다고 하긴 어려운 탓에 엄벌을 통한 '예방' 효과는 난망하다는 지적이 있다.
무차입 공매도의 처벌 규정인 자본시장법 443조에 따르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불법 이익의 3∼5배 벌금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그리고 통상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얻은 불법이익이 5억∼50억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 50억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되지만, 무차입 공매도는 법 443조 2항에 따라 여기서도 제외된다.
그나마 형사처벌도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는 것이 입증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앞서 설명한대로 실무 현장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이 가(假) 입고된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주식거래 외관만으로는 적발하기도 어렵다. 정상적인 주식거래로 위장해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주식매매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의 길이 '원천봉쇄'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대부분 증권사의 주식매매시스템은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팔 때 '일반매도'와 '차입 공매도', '기타 공매도'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데, 이 기타 공매도를 이용해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매도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차입 공매도는 실제로 빌린 주식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지만 기타 공매도는 이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는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고 실무상 이를 적발하기도 힘들어 암암리에 성행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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