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매체 "중국, 우한봉쇄 1주년 앞두고 여론통제 강화"
관영매체엔 '지정 내용만 보도' 지침·인터넷선 '민감어' 삭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그라운드 제로'로 여겨지는 우한(武漢) 봉쇄 1주년(23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여론 통제를 부쩍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13일 한 중국 기자의 말을 인용해 당국이 관영 매체들에 우한 봉쇄 1주년과 관련해 선전 당국이 지정한 내용 외에는 보도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 매체 기자는 "최근 내려온 선전 지침은 명확하게 코로나19 1주년과 관련한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간부들은 기자들에게 인터넷에서 우한 봉쇄 1주년과 관련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말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우한에서는 작년 12월부터 도시 한가운데 있는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수십명의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작년 1월 초까지만 해도 '사람 간 전염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질병 조기 확산 방지보다 사회 동요 방지를 더욱 앞세웠다.
그러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예고 없이 1월 23일 오전 0시를 기해 인구가 1천만이 넘는 대도시인 우한 봉쇄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중국 당국은 우한 봉쇄 1주년과 관련한 부정적 보도는 차단한 채 정부의 대처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여론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중앙통신사는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민감한 기념일을 경계해왔다"며 "우한 봉쇄 1주년과 관련해 준비된 유일한 활동은 22일 밤 당국이 만든 '우한의 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것 뿐"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1주년 기념일', '호루라기를 분 사람' 같은 민감한 단어들이 삭제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고발자를 뜻하는 '호루라기를 분 사람'은 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고 리원량(李文亮·1986∼2020) 의사를 말한다.
우한 봉쇄 1주년은 중국 정부의 부적절한 코로나19 초기 대처 행태를 나라 안팎에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기념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때마침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직한 국제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코로나19 기원 문제 조사를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어서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관심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
또 중국은 그간 세계 주요국보다 먼저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대대적으로 자랑을 해왔는데 최근 허베이성 등 중국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지역 사회 전파가 일어나 인구 1천100만의 대도시인 스자좡(石家莊) 등 여러 도시가 우한처럼 봉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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