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잡는다…두번째 탄핵 나선 트럼프 천적 펠로시(종합)
4년내내 대척점 '질긴 악연'…'미친 낸시' 조롱하던 트럼프 또다시 탄핵 심판대
미언론 '벨벳장갑 속 강철 주먹' 평가 속 퇴임 9일 앞둔 트럼프에 '마지막 한방' 가격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이영섭 기자 = "한번 물면 절대 안 놓는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 결의안을 공식 발의하면서 하원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질긴 악연'도 주목받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하원은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도록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라며 "결의안 통과 뒤 부통령에게 24시간 이내에 응답하도록 요구하고 다음 단계로 탄핵소추 결의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9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미 의회 난동 사태의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 추진은 물론 대통령 직무 정지를 위한 수정법 25조 발동 요구까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3일 새로 출범한 제117대 의회에서 임기 2년의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된 펠로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끈질긴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 압력을 넣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2019년 하반기 하원 민주당이 추진한 첫번째 탄핵소추 발의를 이끈 것도 펠로시 의장이었다.
특히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의 '80세 노장' 펠로시는 종종 '분노 발작하는 철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되는 트럼프 대통령을 냉정하게 '제압'하는 이미지로 언론에 종종 부각됐다. 미 언론은 이러한 노련한 펠로시에 대해 '벨벳 장갑 속의 강철 주먹'이라는 표현으로 종종 빗대기도 했다.
지난해 2월4일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때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무시해버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조용히, 하지만 가차없이 반으로 찢어버린 일화가 대표적이다.
그에 앞서 2018년 12월에는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장벽 건설 예산 배정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집게손가락을 흔들며 '경고'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쳐 주목받았다.
2019년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백악관 회의가 불과 3분 만에 파행으로 끝난 것과 관련,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 발작'을 일으켰다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극도로 안정적인 천재"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 패턴을 지적하면서 "난 미국의 대통령을 위해 기도한다. 그의 가족이나 행정부 인사, 또는 참모가 국익을 위해 개입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정신건강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하면서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아 보이니 주변에서 개입해달라'라고 차분히 맞받아친 것이다.
이런 펠로시 의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트위터 등을 통해 '미친 낸시'(crazy Nancy), '미친 펠로시'(crazy pelosi)라고 맹공하며 적대를 넘어 분노를 가감없이 표출했다.
적대적인 대상에게 부정적 수식어를 별명처럼 붙여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작명법 때문에 '미친 펠로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펠로시 의장을 부르는 고유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펠로시 의장 집무실에 들이닥쳐 그를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보좌진은 의장실에서 노트북이 도난당했다고 밝혔고, 한 시위자는 펠로시 의장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확산 책임을 두고 펠로시 의장과 대립하던 지난해 4월에도 트위터에 "펠로시는 급진 좌파에 의해 조종된다. 허약하고 딱한 꼭두각시"라고 조롱했고, 펠로시 의장은 "허약한 지도자"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에서는 펠로시 의장을 "베드버그(bedbug)처럼 미쳤다"고도 했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침대 속 '빈대'처럼 아주 성가시고 끈질긴 존재로 펠로시 의장을 묘사한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묘사한대로 펠로시 의장은 임기가 불과 9일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 추진에 나서면서 '끝까지 때려잡겠다'는 끈질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무 정지 및 탄핵 추진안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긴급하게 행동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 대통령은 목전에 닥친 위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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