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무역정책 설계자 "바이든도 대중 고율관세 유지해야"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WSJ 인터뷰서 "미중 대화는 시간낭비였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73)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대중 고율관세의 유지를 당부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그대로 계속하라.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고 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랫동안 철강 산업 변호사로 활동해온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무역정책을 설계한 인물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3천7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을 미국의 핵심 정책 기조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뷰에서 그는 강경한 대중 무역 정책으로 미국의 노동자에게 혜택을 돌아가게 한 것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공이라고 자평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는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꿨다"며 "미국과 경제적 적국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을 고려하는 대중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들이 무역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꿨다. 그것이 계속되는 게 나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은 라이트하이저의 강경한 대중 시각을 공유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은 물론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과도 무역 분쟁을 벌였기 때문에 중국의 태도를 중장기적으로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동맹국과 함께 '단일 전선'을 형성해 중국에 맞서겠다는 게 바이든 경제팀의 계획이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조치를 반대하거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이런 구상을 우려스럽게 바라봤다고 WSJ은 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과 중국은 90년대에 대화를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이 단지 시간낭비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보다 대중 고율 관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거듭 강조했다.
중국의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겨 수백만 대의 미국 수출을 저지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우리는 자동차 산업과 차 부품 산업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주의적 조치들이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한 측면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또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급한 대만과의 양자 무역협상에 반대한 데 대해선 "미국은 대만을 상대로 커다란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며 "우리는 대만과도 무역분쟁 중이고 이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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