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이집트의 진짜 코로나19 감염자는 얼마나 될까
보건장관 "실제 감염자 10∼15%만 통계에"…WHO도 통계 부정확성 지적
경증 환자 상당수는 병원 안 가는듯…젊은층 많은 인구구조도 무관치 않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의 인구 대국 이집트에서는 코로나19 통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할라 자예드 이집트 보건부 장관은 지난 4일 의료진이 공공의료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집에서 치료 중인 코로나19 감염자를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예드 장관은 새해 첫날인 1일 TV 방송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실제 감염자의 10∼15%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건당국 수장이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이달 들어 보건부가 발표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명∼1천400명대인 점을 생각할 때 하루 실제 감염자가 1만명이 넘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집트의 코로나19 통계에 우려를 표명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
WHO의 지중해 보건긴급프로그램 담당자인 릭 브레넌은 작년 12월 8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집트 보건부에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실제 수치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집트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에게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정부가 코로나19 통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감염자 파악을 확대하기로 한 점은 주목되는 변화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 통계를 놓고 "정부가 거짓말을 한다"며 불신을 표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집트는 인구가 1억이 넘는데 지난 6일까지 공식적인 코로나19 확진자는 14만5천590명이고 이들 중 7천975명이 사망했다.
누적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62번째 수준이고 인구가 약 8천400만명인 터키(6일 기준 누적 확진자 228만3천931명)와 비교하면 불과 6.4%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집트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경증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약 등으로 버티는 사례가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집트 국민의 상당수는 경제 문제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집트 정부는 전체 국민 중 빈곤층을 약 30%로 추정한다.
먹고 살기에 빠듯한 빈곤층이 고액을 지불하고 병원 등에서 PCR 검사를 받기에는 부담이 크다.
또 이집트는 인구 구조로 볼 때 경증 환자의 비중이 클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집트는 국민의 평균 연령이 24.6세에 불과한 '젊은 국가'다.
이집트 인구의 60% 이상은 30세 미만으로 파악된다.
면역력이 강한 젊은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경증으로 집에서 치료받을 확률이 장노년층보다 높다.
게다가 이집트 정부가 그동안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확인될 경우 이집트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 등 고대 유물과 아름다운 홍해를 자랑하는 이집트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다.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이집트 통계는 현실과 거리가 멀지만, 시민단체 활동이 미미하고 언론 자유도 부족한 이집트에서는 정부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찾기 어렵다.
지난달 31일 이집트 언론 알아흐람은 국내 여론조사 기관 '바시라'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집트인 약 82%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을 칭찬했다고 보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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