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미국, 중동서 전쟁 구실 만들려 해…즉각 대응할 것"
미 B-52 중동 파견 등에 경고…이란 솔레이마니 피살 1주년 앞두고
"페르시아만 정박 이라크 탱커선에 '부착식 폭탄' 의심 물체 발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위한 구실을 조작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이날 미국에 의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살해 1주기를 앞두고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자리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싸우는 대신 트럼프와 그 집단은 우리 지역으로 B-52 폭격기를 보내고 함대를 파견하는데 큰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라크로부터의 첩보는 전쟁을 위한 구실을 조작하려는 (미국의) 음모를 시사한다"면서 "이란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자국민과 안보, 핵심 이익을 공개적이고 즉각적으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로켓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이라크 내 미국인에 대한 어떤 치명적 공격에도 이란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미군의 대표적 전략핵폭격기인 B-52가 미 본토를 이륙해 중동으로 출격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의 (중동) 지역 안정에 대한 결의를 강조하고, 신속히 압도적 전투력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은 지난 10일에도 B-52 폭격기 두 대를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출격시켜 걸프 해역에서 무력 시위를 벌였다.
뒤이어 지난 21일 미 해군은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조지아 호(USS Georgia)가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잇따라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미국이 표적 공습으로 살해한 지 1주년이 다가오면서 이란이 보복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란 군부 실세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버금가는 권력자로 평가받던 솔레이마니는 지난 1월 3일 이라크를 찾았다가 미군 무장 무인기(드론) 공습을 받고 폭사했다.
한편 이날 이라크 바스라항 인근의 페르시아만 해역에 정박 중인 이라크 오일 탱커선 'MT 폴라호'에서 선체 부착식 폭탄으로 보이는 의심스러운 물체가 발견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2개 사설 보안회사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폴라호는 이라크 국영 석유회사가 외국과의 해상 거래를 위한 유류 저장 탱커로 사용하는 선박이다.
이란은 지난 2019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오일 탱커 대상 부착식 폭탄 공격의 배후로 의심받아 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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