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수위 높이는 러시아…나발니에 새로운 혐의 추가
당국 "단체에 기부된 돈 약 500만달러 사적 용도로 써"
나발니 "푸틴이 창안한 수사…감옥에 넣으려는 것"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44)에게 새로운 혐의를 추가해 수사를 개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부패펀드' 등 복수의 단체에 기부된 500만달러(약 54억7천만원)가량을 그가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규모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은 나발니가 기부금을 개인 자산을 축적하는데 썼다면서 "시민들로부터 모인 펀드가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나발니에겐 최대 징역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번 소식을 접한 나발니는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수사를 창안해냈다면서 "내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감옥에 넣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반정부 야권 운동가 나발니는 지난 8월 말 러시아의 한 국내선 여객기 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독일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독일 당국은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나발니에게 쓰인 것으로 판단했다. 나발니는 의식을 되찾은 후 러시아 정부가 자신을 암살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독일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현지 의료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그에게서 독극물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여러 차례 나발니를 압박해왔다.
전날 러시아 연방교정국은 나발니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2014년 사기 및 돈세탁 혐의 재판에서 확정된 징역 3년 6월형의 집행유예에 따라 다음날까지 사무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교정국은 건강 회복 주장의 근거로는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 증상 등에 대한 독일 의료진의 논문이 실린 영국 의학저널 랜싯(Lancet)을 들고, 제시된 기한에 방문하지 않으면 실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나발니는 해당 논문을 인용했다는 것은 자신의 독극물 중독에 대해 러시아 측이 책임을 자인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9월 말 나발니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등 러시아 내 자산을 압류하기도 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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