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변창흠의 등판…서울 도심 주택 확충할까(종합)
LH·SH 등 앞세워 역세권·준공업지역 고밀 개발 추진할 듯
"국민이 뭘 원하는지 다시 파악하고 신뢰 얻을 것"
다주택자 규제는 지속…"단기 집값 안정 미지수"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주택 공급 전문가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임명됨에 따라 그가 공언한 대로 집값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도심 주택공급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그를 현 정부의 두 번째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야권은 구의역 사고를 비롯해 연이은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도덕성에 흠결이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여당은 이날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강행했고 문 대통령도 굳이 임명을 늦추지 않았다.
현재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퍼진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국토부 조직을 서둘러 정비하고서 총력 태세에 들어가야 한다는 엄중한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변 장관은 후보 지명 직후 인터뷰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서울 도심에 집 지을 공간은 충분한데 그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서 집값 불안을 진정시키겠다"라고 공언해 왔다.
◇ 서울에서 도전하는 '초대형 마술'…"더 좋고 값싼 집 내놓는다"
현재 주목되는 것은 서울 도심 주택 확보 방안이다.
변 장관은 서울 내에서도 집을 더 지을 공간은 충분하다고 장담하며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촌 등 저층주거지의 고밀 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들 지역에서 주차장이나 일조권 등 도시계획상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용적률을 높여 고밀도로 개발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서울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선 역세권의 범위를 역 반경 500m까지 넓히고 용적률은 300%까지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의 역세권은 역 반경 350m이고 용적률은 평균 160% 선인데, 사업 면적은 더 넓히면서 건물은 더 높이 쌓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준공업지역의 경우 순환정비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순환정비는 앵커 시설을 먼저 만들어 지역 내 공장을 이전시킨 후 그 주변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앞선 5·6 대책에서 서울 준공업 지역 개발을 위해 산업부지 확보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는데, 이 비율을 추가로 인하하고 용적률도 현행 300%에서 더 올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저층 주거지 개발과 관련해선 소규모 재건축을 활성화하거나 도시재생에 정비사업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이들 저밀 개발지역 토지주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변 장관은 이들이 개발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도시계획이나 건축규제 등을 주민 삶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각종 규제의 존재 이유 등을 원점에서 검토해 변화된 환경에 맞춰 낡은 규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참여해 임대주택 공급이나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이들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토지 확보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변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토지 수용을 용이하게 하거나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을 개정해 이들 지역에 대해선 주민 동의 요건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변 장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국민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파악하고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며 "서울 도심 공급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 대책만으론 지금 전국으로 옮겨붙은 집값 상승세를 빠르게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비관론이 만만찮다. 당장 추진된다고 해도 실제 주택 공급 시점까지는 수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이 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 공급 방안이다.
공공임대에 들어가기엔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집을 사기엔 돈이 없는 중간 수요층을 위해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공공자가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집값을 낮추기에 여력이 많지 않은 도심보다는 3기 신도시나 수도권 신규택지에서 공공자가주택이 본격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 변창흠의 디벨로퍼 본능…LH·SH 등 공공기관 참여 확대
변 장관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LH 사장으로 재직하며 공공 디벨로퍼(Developer)의 역할을 수행했다.
디벨로퍼는 땅을 확보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개발 사업자를 뜻한다. 그는 개발 사업을 사적 영역에만 맡겨선 안 되니 공공기관이 디벨로퍼로 나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개발이익은 적절히 분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 왔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 답변 자료에서 국토교통 분야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우리나라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정세권 선생을 뽑기도 했다. 그는 일제시대 북촌한옥마을 등 한옥단지를 개발해 일반인에 분양한 인물이다.
그만큼 변 장관은 스스로를 공공 디벨로퍼라고 여겨왔고 SH와 LH에서도 디벨로퍼의 기능을 강조해 왔다. 그가 학자 시설이나 SH·LH 시절 이끈 도시개발 사업은 상암 DMC, 마곡지구, 여수 엑스포 등이 있다.
이에 따라 변 장관 취임 이후 국토부의 주요 주택 공급 방안에서 LH와 SH 등 공공 디벨로퍼의 참여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공공 재개발과 재건축은 물론 도시재생 뉴딜, 서울 도심 주택 공급방안 등에서도 LH 등 공공기관들이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개발이익을 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시재생 뉴딜의 양상도 더욱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화할지 주목된다.
SH에서 서울형 도시재생 모델을 적립한 그는 도시재생이 단순한 마을 재단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과 연계해 주택 확충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SH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주택정비 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이는 정비사업 보완형과 저층 주거지 정비형, 역세권 정비형, 공유재산 활용형, 혁신공간 창출형 등이다.
◇ "투자 수요는 더 빨리 차단해야" 규제는 그대로일 듯
변 장관은 현재의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림으로써 수요자를 안심시켜야 하지만 다주택자 등에 대한 부동산 규제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조정대상지역 등 지역규제와 관련해선 무용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규제지역 지정이 너무 느리다고 규정하고 "주식시장의 '얼리워닝'처럼 부동산에서도 빅데이터 통계를 분석해 가격이 오를 곳, 오른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적절한 규제를 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분석원이 내년 2월까지 발족하지 못하면 한시 운영 중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임시로 확대 가동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최근 지방에서 기승을 부리는 외지인 주택 거래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그는 "현재 지방에서 집단적 투자행위가 많이 나타나 시장이 불안정하다"며 지방 부동산 시장의 투기사례를 조사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선 "적절한 개발이익환수 장치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공급 확대만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히고, 오히려 그 대안으로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대출이나 세금 규제에 대해서도 변 장관은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차단하고 건전한 경제를 위해 이들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 그는 실수요자에 대해선 대출 규제를 완화해줘야 하고, 1주택자 중 다른 소득이 없는 가구를 위해 보유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전세난 해결 위해 건전한 민간 건설임대 육성해야"
변 장관은 민간임대주택 정책과 관련해선 매입임대보다는 건설임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활성화해 공공임대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임대주택 제고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지원 민감임대 등 공적지원을 받으면서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보장하는 공공성을 가진 임대주택을 건설형 위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입임대에 대해선 "기존 주택을 매집해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고 사업자가 시세차익을 가져간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에 따라 변 장관은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 보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 변 장관은 공공전세 등을 공급하는 기존 11·19 전세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도심 주택 공급을 더욱 확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서울 도심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잘 전달되는 것도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 장관은 임대차3법 등 변화된 제도는 그대로 차질 없이 수행하되,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부적인 제도 보완은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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