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갑 두둑해 배당 문제없다? "자본비율 위험수위 갈 수도"
"2022년에도 경기 반등 안 하면 총자본비율 규제 수준 이하로"
금융당국, 은행권과 배당성향 15∼25%로 조율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국내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2022년에도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금융지주를 포함한 일부 금융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규제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자칫 금융기관 부실위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이 깔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3년 장기 전망을 토대로 국내 금융기관이 코로나19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시나리오별로 평가를 실시해 현재 마무리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평가 결과 침체한 경기가 U자형으로 반등할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2년에도 회복되지 않고 L자형 침체를 이어가는 시나리오에선 결과가 달랐다.
금융지주를 포함한 일부 금융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총자본)이 규제 수준 이하로 떨어져 추가 자본 적립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규정상 은행과 은행지주는 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10.5%(시스템적 중요은행은 11.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에 못 미치면 배당 등에 제한을 받는다. 만약 총자본비율이 8% 미만으로까지 떨어지면 금융위원회가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에 들어간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은 현시점에서 예상되는 손실만큼 의무적으로 쌓는 것이고, 예상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자본으로 흡수해야 한다"며 "그 추가적인 손실에 대한 대응력을 스트레스 테스트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올해 가계·기업 대출 증가와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도 각각 16.02%, 14.72%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은행권과 배당성향을 15∼25% 수준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을 두고 '줄이라는 명분이 무엇이냐', '과도한 시장 개입이다' 등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는 감독 당국으로서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뿐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미래에 혹시라도 올지 모르는 코로나 장기화와 그에 따른 부실화에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문제가 닥쳤을 때) 연착륙할 수 있는 단계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유예 등 지원책에 힘입어 연체율 등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향후 정부의 금융 지원이 종료되고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 점차 부실이 표면화하면서 금융기관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내년 중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실물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진정에도 불구하고 훼손된 글로벌 생산 및 교육구조의 복구 지연 등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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