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스가에 쓴소리…"비판에 역공하는 건 부끄러운 일"
"일본 총리조차 그렇게 행동"…학술회의 인사 둘러싼 논란 겨냥한 듯
"2020년은 코로나19의 해…글로벌화·포퓰리즘과 떼어낼 수 없는 사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비판을 직시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정부 정책에 반대한 학자들을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에서 배제한 것 등을 염두에 두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라카미는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현지시간 21일 실린 인터뷰에서 "비판을 받으면 (그것에 응하지 않고) 다른 비판을 되던지고 있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2일 전했다.
무라카미는 이어 "일본의 총리조차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한탄하고서 "자신의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최근 우려하는 것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이나 언론이 빈약해지는 현상을 꼽고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무라카미는 정부나 정치가가 자신의 이익이나 권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도록 정권을 운영하는 경우 "그런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과학자나 연구자의 역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학술회의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연상시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부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했던 학자들이 스가 내각 발족 직후 학술회의 회원 임명에서 탈락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임명권자인 스가 총리가 권력으로 학문의 자유를 길들이려고 한다는 비판이 고조했는데 스가 총리는 '인사에 관한 것'이라며 임명 거부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스가 정권은 학술회의 회원 임명 과정에서 기존 회원이 사실상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학술회의 예산 사용 방식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학술회의 인사를 둘러싼 비판에 역공으로 대응했다.
이밖에 무라카미는 "나 자신에게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해였다"고 한해 소감을 밝혔으며 코로나19의 확산은 "글로벌화나 포퓰리즘과 떼어낼 수 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일련의 사건 가운데 있다"며 경제의 글로벌화, 포퓰리즘, 인터넷과 SNS의 발달 등 변화와 코로나19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쳤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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