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10곳 중 3곳, 하도급 계약서 안 쓰고 거래
공정위, 제조·용역·건설 10만개 업체 대상 실태조사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원사업자 10곳 중 3곳은 하도급업체에 계약서를 제대로 주지 않고 거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공정위가 제조·용역·건설업에 종사하는 10만개 업체(원사업자 1만개, 하도급업체 9만개)의 지난해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사업자의 29%는 계약을 할 때 서면계약서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도급업체에 주지 않았다
이 비율은 전년(23.3%)보다 올라갔는데, 공정위는 구두계약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계약서 미교부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사업자의 67.4%는 모든 하도급거래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표준계약서 전면 사용 비율은 건설업(97.2%)이 가장 높은 반면 제조업(65.3%)과 용역업(63.2%)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원사업자의 230개(3.8%)는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했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101개 원사업자는 하도급법이 허용한 목적이 아닌 사유로도 자료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현황을 보면 원사업자의 10.1%가 지난해 재료비, 노무비, 경비가 올라 수급사업자로부터 대금조정 신청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전년(17.5%)과 비교해 떨어졌다.
지급 수단을 보면 원사업자가 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한 비율은 83.7%로 전년 65.5%에 비해 개선했다. 반대로 대금을 법정지급기일(60일) 이내 지급한 비율은 87.3%로 1년 전 92.1%보다 내려갔다.
하도급업체들이 체감하는 전반적인 거래 관행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관행이 보통 이상으로 개선됐다고 응답한 하도급업체 비율은 전년도에는 95.2%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96.7%로 소폭 올랐다.
공정위는 "서면 미교부 행위, 대금 미지급·지연지급 행위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이 요구된다"며 "중소기업의 기술이 두텁게 보호될 수 있도록 기술자료 유용행위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수급사업자가 대금을 쉽게 조정받을 수 있도록 조정 신청권자와 신청 사유를 확대하고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한 협의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표준하도급계약서도 현실에 부합하게 제·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 통계청,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협업, 표본 선정 방식과 설문조사를 개편한 것으로 공정위는 내년에 이 지표의 '국가통계' 승인을 신청하기로 했다.
j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