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매체 "왜 자꾸 괴롭히냐"…이번엔 '한국 연예계 때리기'
런닝맨·이효리 사례 언급하며 "중국 마지노선 건드렸다" 운운
中전문가 "한국 연예업계의 중국 조롱은 문화적 열등감 표현"
한국 엔터업계 "중국 사회 특성상 한국의 창의성 추월 어려워"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한국 연예계가 대만 문제를 일으키고 중국인 희화화 등을 통해 중국을 괴롭히고 있다며 중국 관영 매체가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방탄소년단(BTS), 한복, 김치 논쟁에 이은 것으로 중국 매체들의 '한국 때리기'가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중국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 예능계 왜 자꾸 중국을 괴롭히나'라는 제목으로 예능프로그램 '런닝맨'과 가수 이효리, 황치열, 개그맨 이수근 등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고 맹비난했다.
이 매체는 "런닝맨이 최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대만기를 나란히 배치한 게임 지도를 사용해 중국 네티즌의 불만을 샀다"면서 "최근 몇 년간 한국 연예계는 런닝맨처럼 정치 이슈에서 중국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최근 런닝맨 출연진의 부루마블 게임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지구(Blue Marble)라는 뜻의 부루마블은 세계 도시를 돌면서 자산을 투자하는 보드게임이다. 출발점을 지나자마자 타이베이가 중국 수도 베이징과 나란히 나온다.
환구시보는 한술 더 떠서 "가수 이효리나 황치열이 과거에도 중국에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내는 등 개별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 중국인을 희화화해 '중국 모독' 의혹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효리가 지난 8월 방송에서 "마오 어떤 것 같냐"는 농담을 한 것을 문제 삼아 중국 초대 국가 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을 비하했다는 중국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수근의 가짜 광둥어와 박보검 등이 등장했던 2016년 만리장성 관련 광고도 문제 삼으면서 한국 연예인이 미국에 진출할 때도 그렇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쑨자산(孫嘉山) 중국예술연구원 부연구원은 "일부 한국 프로그램과 연예인들이 중국을 웃기고 조롱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문화적 열등감의 표현이자 집단감정의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치학을 연구하는 한 중국 학자는 환구시보에 "서양은 동양이 후진적이라 계몽해야 한다고 생각해 중국에 대해 왜곡돼있다"면서 "현대 한국인들은 여러 방면에서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중국을 볼 때도 그런 거 같다"고 지적했다.
한 한국 문제 중국학자도 환구시보에 "한국의 지식인과 언론은 서구적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무의식적으로 서구적인 시각을 갖는 사례가 잦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최근 한국 연예계에서 잇따른 중국 관련 논란이 일고 양국 네티즌이 감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한중 관계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학자는 환구시보에 "한국 매체가 자국민에 전하는 중국의 이미지는 실제와 상당히 다르고 왜곡되기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이 자국 김치 제조법을 국제 표준 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에 맞춰 제정했다면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한 매체다.
아울러 중국에서 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도록 관련 기사를 쏟아냈던 매체이기도 하다.
이런 중국 매체의 '한국 연예계 때리기'를 놓고 일각에서는 한류(韓流)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 분석이 나온다.
한국 영화 '기생충'을 포함해 BTS 등의 케이팝과 드라마 등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중국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데 대한 질시와 견제가 담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목욕의 왕'이 한국 웹툰 '목욕의 신'의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을 정도로 중국의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표절 시비 또한 적지 않다.
베이징의 한 한국 엔터테인먼트업체 임원은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중국의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통제가 강하기 때문에 창의성 면에서 한국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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