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 성폭행범 대상 '화학적 거세형' 도입 승인
특별법원 신설 통한 신속 재판도 제도화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정부가 잔혹 성범죄 근절을 위해 '화학적 거세형'을 도입했다.
16일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은 전날 이와 관련한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즉시 효력을 갖는 대신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의회에서 통과돼야 법으로 공식화된다.
앞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달 내각 회의를 열고 이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
법안은 집단 강간이나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 화학적 거세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을 투여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막는 성 충동 치료를 말한다. 2010년대부터 세계 여러 나라가 본격적으로 도입했으며 한국도 2011년부터 시행했다.
이 법안은 또 특별법원 신설을 통해 중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후 4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와 함께 법안은 성범죄 피해자의 성기를 직접 조사하는 검사 제도도 금지했다.
파키스탄은 성폭행범이 재판을 거쳐 유죄를 선고받는 일이 드문 나라다. 형사 재판 시스템이 복잡한데다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피해자 상당수가 신고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와중에 최근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자 파키스탄 정부가 성범죄 관련 형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초 북동부 라호르 인근 고속도로에서는 한 여성이 두 아이 앞에서 집단 성폭행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하던 피해 여성은 기름이 떨어지자 친척과 고속도로 순찰대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전 남성 2명이 다가와 차 유리를 부수고 여성을 끌어낸 뒤 범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같은 달 남부 카라치에서도 5세 여아가 성폭행당한 뒤 피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성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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