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 사태에서 등장한 유엔과 미국 상원, 왜?
왕실모독죄 놓고 대치…시위 지지 미 상원결의안에 왕당파는 비판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총리 퇴진 및 군주제 개혁·헌법 개정을 외치며 5개월째 지속 중인 태국의 반정부 시위 사태 와중에서 최근 유엔과 미국 상원이 언급돼 눈길이 쏠린다.
12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왕실 지지파들은 전날 방콕 시내 유엔 건물을 찾았다.
왕실을 상징하는 색인 노란색 상의를 입은 지지자들은 '왕실모독죄를 지켜라' '왕을 위협으로부터 지켜라' 등의 내용이 적힌 영어 피켓을 들었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 소속 빠리나 끄라이쿱 의원이 앞장섰다.
빠리나 의원은 친정부·친왕실 강경 발언으로 잦은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그는 유엔이 태국 정부의 왕실모독죄 적용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왕당파의 유엔 방문은 전날 반정부 시위대가 세계인권선언일 72주년을 맞아 같은 건물을 찾아 왕실모독죄 이슈를 제기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시위대는 태국 정부가 최근 시위 지도부 23명을 대상으로 무더기로 왕실모독죄를 적용한 것과 관련, 이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해달라는 청원서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전달했다.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모독죄'는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태국 상원의원들이 미국 상원에서 발의된 시위 사태 관련 결의안을 비판했다.
외교위원회와 정치발전 및 인권 위원회 소속 상원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상원의원들의 발언과 제안은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서 "이는 태국 내 분열을 더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태국 내 일부 세력이 헌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헌법은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주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부 세력이 사람들을 선동해 불법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들은 군주제에 반대하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의원들은 군부가 선출한 정부의 '꼭두각시'로 평가받는다.
미국 상원의원 9명은 최근 태국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면서 태국 정부에 민주적 원칙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과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딕 더빈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에는 태국계 미국인인 태미 덕워스(일리노이) 등 상원의원 7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2017년 군부정권 당시 제정된 헌법이 태국 민주주의와 헌법적 권리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 사태와 관련, 태국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