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환자에 비난 전화 빗발…'신상털기' 피해
클럽 여러곳 방문한 청두 20세 여성 "인신공격당해" 호소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에서 한 20세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전에 클럽 여러곳을 다녔다는 이유로 신상 정보가 유출돼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
이번 일로 중국의 악명 높은 '인육검색'(人肉搜索·신상털기)의 폐해가 다시 부각됐다.
10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자오(趙)모씨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자오씨가 최근 방문한 주요 장소 6곳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는 클럽과 주점도 4곳 있었다.
이후 곧바로 휴대전화 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유출돼 소셜미디어에서 공개됐으며 일부 누리꾼은 공격에 나섰다.
자오씨는 전날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비난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화와 문자로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많을 때는 1분에 6통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
이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단지 부주의로 코로나19에 걸렸고 나 역시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자오씨는 확진된 후 추가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즉시 자신의 활동 이력을 당국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하룻밤에 클럽 4군데를 다녔다는 인터넷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은 클럽에서 분위기를 띄우며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
자오씨는 지난 6일 확진된 노인 부부의 손녀다.
그는 자신은 할머니가 당일 확진된 사실을 몰랐으며 알았다면 외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두시 경찰은 자오씨의 개인 정보 유출과 사이버 폭력을 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자오씨의 개인정보와 이동 경로가 포함된 사진을 올린 남성을 행정구류에 처했다.
이번 일을 놓고 쓰촨성 당 서기까지 나서 사생활 보호를 강조했다.
자오씨와 관련해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정보가 온라인에 넘쳐나는 가운데 전혀 상관 없는 후난(湖南)성의 여성이 자오씨로 오해받아 사진이 전파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 여성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한편 자오씨와 접촉한 것으로 분류된 사람은 밀접접촉자와 일반접촉자 등 5천명에 가깝다. 이들은 모두 격리돼 검사를 받았다.
자오씨는 청두 시민의 생활에 불편을 끼친 것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화통신은 시평에서 그를 향해 "사과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사이버폭력과 소문을 만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범법 행위를 했다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 상여우(上游)뉴스는 "도대체 누구의 문제냐?"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인육검색을 당한 20세 여성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또 "코로나19는 치료할 수 있지만 사이버 폭력이 남긴 상처는 어떻게 치료하나?"고 반문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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