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의 공정거래법 개정, 전속고발권 유지·일감규제 확대
정보교환도 담합으로 처벌…M&A 신고대상 ↑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40년 만의 전부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정부안에 포함된 '전속고발권 폐지'는 결국 없던 일로 돼 앞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담합 수사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를 비롯한 나머지 조항은 그대로 통과해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은 법 시행 시기인 2021년 말부터 공정위 감시망에 대거 오를 전망이다.
◇ 공정위가 고발해야 檢수사…총수일가 지분 20% 넘으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공정경제 관련 사건은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앞으로도 유지된다.
당초 정부안은 사회적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경성담합)에 한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내용이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그러나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과징금은 2배로 늘어난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다른 한 축인 기업집단 규율 법제와 관련해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 오를 회사는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기준은 현행 총수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간다.
총수일가가 지분 2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등 공정위 규제망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있었던 기업들이 법 시행 시기인 2021년 말부터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 오른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800억원으로 규제범위에 속해 있는 회사(500억원)의 1.5배다. 지금은 규제망 밖에 있는 내부거래라도 총수일가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부당지원에 해당할 경우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경계선'에 있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29% 이상 30% 미만이라 아슬아슬하게 사익편취 규제대상 밖에 놓인 현대글로비스,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5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2019년 기준)에 달했다.
공정위는 총수 2세의 지분이 많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총수 2세 지분이 높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자금을 확보하는 등 승계작업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
개정안은 또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20%->30%, 비상장사는 40%->50%로 높였다.
또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해 경영권 '꼼수 승계'도 막는다.
◇ 정보교환도 담합으로 처벌…M&A 신고대상 확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사업자들이 가격·생산량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교환해 경쟁이 제한되는 결과가 나타난 경우에는 일종의 담합으로 제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정보교환 담합은 가격담합보다는 피해가 적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해당 정보교환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해쳤다는 게 입증되어야 공정위가 처벌할 수 있다. 경쟁을 해치지 않는 일상적인 정보교환은 규율대상에서 빠진다.
기업결합(M&A) 신고 기준도 확대된다.
지금은 인수대상 회사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인수금액이 큰 경우에는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이 기준은 후속 시행령 등을 통해 정비할 계획이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은 그동안 별도의 정부안으로 추진되어 있으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에 포함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 조성 시 총수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는 받을 수 없다. 총수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다.
CVC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단계에서 지분·채권을 총수일가나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에 매각하지 못 하게 하는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CVC 관련 행위 금지조항을 어겼을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벌 규정도 새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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