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주의·세대교체 인사 마무리…'뉴삼성' 가속페달(종합)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인사…이재용 체제 강화, 성장 발판 다져
3년 만에 승진 규모 최대…연령·연차 뛰어넘는 발탁인사도 최대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사장단 인사에 이어 4일 큰 규모의 임원 승진인사를 실시하며 '뉴삼성'으로 전환하는 미래 동력을 강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등 대내외 위기를 맞은 가운데서도, 성과가 있으면 보상한다는 원칙을 톡톡히 확인했다.
이건희 회장이 10월 말 별세한 이후 완전히 '홀로서기'한 총수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인사로, 미래 '뉴삼성'으로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3년 만에 임원 승진 최대…차세대 리더 전진배치로 미래 대비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 따르면 승진자는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을 비롯해 총 214명이다.
역대 세번째로 큰 규모의 승진 인사로, 2017년(221명) 이후 3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최고 호실적을 낸 데 대해 '승진잔치'로 보상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단 교체는 소폭으로, 이날 임원인사는 큰폭으로 단행하며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꾀했다.
부사장 승진자는 31명에 달하며 차세대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특히 연령이나 연차 등과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승진시키는 '발탁인사'가 25명으로 최대 수준이었다.
발탁승진은 2017년 5월 8명, 2017년 말 13명, 2018년 말 18명, 올해 1월 24명, 그리고 이번에 2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대표적인 발탁승진 임원은 부사장 승진자인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이다.
이기수 부사장은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세탁기 등 시장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는 소비자 가전을 개발한 주역으로, 전무가 된 지 2년 만에 초고속으로 부사장이 됐다.
이준희 부사장은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상용화를 주도하며 올해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로 발탁 승진됐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모두 성과주의·세대교체 원칙에 입각한 인사로 젊은 임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국내 소비자 가전 매출 확대 기여 공로로 전무로 승진한 정호진 한국총괄 CE 영업팀장이 49세다. 김민우(42) 무선사업부 영업혁신그룹 상무, 최현호(41)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상무, 노강호(41) 메모리사업부 소프트웨어(SW)개발팀 상무(41) 등 40대 초반 신규 임원도 많았다.
삼성전기는 임원 승진자 16명 중 40대가 9명이었고, 삼성SDS는 신규 임원 12명이 전원 40대로 채웠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3인 체제는 유지하고 기본적인 조직의 틀은 안정시키면서도 일부 사장과 임원은 대거 세대교체로 변화를 줘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생활가전 포상 두드러져…여성·외국인 확대 기조도 유지
이번 삼성전자 인사에서 생활가전 사업부의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생활가전 사업부는 그간 인사에서 반도체와 모바일 등 삼성전자의 양대 주력 사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으나, 올해 코로나19를 뚫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공로에 큰 포상을 받았다.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생활가전사업부 출신 사장이 배출된 데 이어 이날 임원인사에서도 승진자가 많이 나왔다.
신임 이기수 부사장, 이강협 부사장 등은 비스포크·그랑데 AI 등 혁신 소비자 가전의 주역으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전무 승진자 중 유미영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그룹장도 삼성 가전의 SW 개발을 총괄한 인물이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틴지아노 북미총괄 미국 소비자가전(CE) 비즈니스장(전무)은 부사장으로, 드미트리 러시아 법인 CE B2C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사업부에 힘을 싣는 이번 인사를 통해 세계 가전 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양성·포용성 확대 기조도 유지됐다. 삼성전자에서 여성 승진자는 전무 5명, 상무 8명이었고 연령대는 40대가 주류였다. 신규 여성 임원은 작년보다 3명 증가한 것이다.
이번에 상무가 된 삼성리서치 데이터분석연구실 이윤경 상무는 1979년생, 41세로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신임 임원 기록을 세웠다. 장순복 메모리사업부 컨트롤러개발팀 상무는 43세다.
삼성전자의 최대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는 2년 연속 여성 전무가 배출됐다. 올해는 박진영 DS부문 경영지원실 구매팀 설비구매그룹장(상무)이 전무로 승진했다.
박진영 신임 전무는 삼성이 여성 공채를 도입한 이듬해인 1994년 입사한 인물이다.
전무로 승진한 유미영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그룹장도 소프트웨어 분야 첫 여성 전무라는 기록을 세웠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등 계열사에서도 여성 임원을 각각 2명씩 신규 임명하며 경영진 구성을 다양화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SW) 우수 인력을 21명이나 승진시키며 미래 핵심 성장동력을 강화했다.
◇홀로선 이재용 '뉴삼성' 체제 강화
이번 삼성전자와 계열사 인사는 10월 말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완전히 홀로선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단행하는 인사라 관심이 쏠렸다.
이 부회장은 큰 파격은 없지만 곳곳에서 변화를 주는 인사를 단행했으며, 특히 "인재 등용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철학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임원을 감축하는 추세와 달리, 삼성전자는 오히려 세대교체 차원의 승진 임원을 크게 늘리며 미래 성장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 속에서도 일선 사업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강조됐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삼성은 조만간 발표될 조직개편까지 완료되면 변화·쇄신에 본격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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