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17주째…"전국서 300여 명 체포"
수도 민스크 등서 야권 지지자들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 요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가 17주째 이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BBC 방송 러시아어판 등에 따르면 야권 지지자들은 2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와 일부 지방 도시들에서 지난 8월 대선 승리로 6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과 새 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주말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수십~수백 명씩 모여 그룹을 이룬 뒤 구역별 집회 장소로 이동해 가두행진을 벌이는 '이웃들의 행진' 시위 방식이 시도됐다.
경찰이 그동안 대규모 시위 장소로 이용돼온 시내 중심 광장 등을 폐쇄하고 시위대 집결을 차단하자 구역별로 산발적 시위에 나선 것이다.
시위대는 야권 저항의 상징인 '백색-적색-백색' 3색 띠 깃발과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시위대에 해산을 종용하는 한편 일부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해 연행했다.
민스크 외에 북동부 비텝스크, 서남부 브레스트, 서부 그로드노 등의 지방 도시들에서도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인권 단체 '베스나'(봄)는 이날 전국적으로 시위 참가자 3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한 자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으며, 최근엔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의회나 내각에 일부 이전하는 개헌을 하고 난 뒤 물러날 것이란 뜻을 밝혔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