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중의원 국민투표법 개정안 첫 심의…개헌 단계로 진전되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이 출범한 뒤 헌법 개정을 향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중의원(하원) 헌법심사회는 26일 헌법 개정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놓고 첫 실질심의를 벌였다.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은 우파 성향인 일본유신회와 함께 2018년 6월 제196회 정기국회에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제출했다.
여당 측은 당시 국민투표법을 바꾼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기치로 내건 헌법 개정 논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베 정권하에서의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 측의 불응으로 지난 2년여 동안 열린 7차례의 정기·임시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 관련 실질심의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스가 내각 출범 후인 올 10월 개원한 제203차 임시국회로 계속 심의 대상으로 넘겨진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첫 실질심의가 진행돼 개헌 단계로 나가기 위한 국회 차원의 첫발을 뗀 것이다.
27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개헌파인 일본유신회가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표결을 요구하는 동의안을 제출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달 5일 회기가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선 이 법안이 표결에 부쳐져 가결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여당 측이 내년 정기국회를 목표로 국민투표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대형 상업시설 내의 공통 투표소 설치, 선상 투표 확대 등 개헌과 관련한 국민 투표 참여의 편의성을 높이는 7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모두 일반 선거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내용을 놓고는 여야 간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개헌으로 나아가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여서 개헌 자체에 부정적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은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첫 심의에서도 자민·공명당과 일본유신회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조속한 성립을 주장한 반면에 입헌민주당은 7개 항목 외에 광고 규제 등 논의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맞서면서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나 일본 국민 중에는 태평양전쟁 종전 후 제정된 헌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개정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시간이 문제일 뿐 국민투표법 개정 후에 개헌으로 이행하는 절차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교도통신이 올해 헌법기념일(5월 3일)을 앞두고 전국의 18세 이상 유권자 1천899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벌인 우편 설문조사에서 개헌 필요성을 지적한 답변이 61%에 달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6%에 머물렀다.
개정 대상(복수응답)으로는 평화헌법 조항으로 불리는 제9조와 자위대 존재의 헌법 명기를 지적한 사람이 4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만 당시 조사에서도 아베 총리 체제에서의 개헌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8%로 다수를 차지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한 일본이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만든 현행 일본 헌법(9조 1,2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 등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가 현행 헌법에 배치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들어 9조 조항을 유지한 채 자위대를 새롭게 명기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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