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 후 정국 혼란' 벨라루스 지원 약속 거듭 확인
러 외무, 민스크 방문…"서방의 양국 내정 개입에 공동 대응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지난 8월 대선 후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옛 소련 '형제국' 벨라루스에 대한 지원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26일(현지시간) 민스크를 방문해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블라디미르 마케이 외무장관 등을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서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블라디미르)푸틴 대통령은 당신과 이전에 합의한 모든 것, 특히 당신의 소치 방문 당시 이루어진 합의들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관계 강화에 대한 공통의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9월 중순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를 방문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군사·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서방의 위협 등 유사시에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들의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틀 내에서의 벨라루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인한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에 15억 달러(약 1조7천억원)의 차관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에 루카셴코는 라브로프 장관에게 벨라루스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선린관계를 넘어 아주 가까운 형제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화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면담 뒤에는 "서방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양국의 내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가연합'((Union State) 관계를 맺고 있는 러-벨라루스 양국이 이에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옛 소련권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에 함께 속해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한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 오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 면담에 앞서 마케이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민스크 방문은 벨라루스가 지난 8월 대선 이후 여전히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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