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면담 끝낸 왕이 '일본 어선, 센카쿠 접근 안돼' 일침
협력 연출…일본, 경제 활성화 기대·중국, 미중갈등 고립 회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중국과 일본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면담하는 등 협력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일본은 중국과의 협력이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립을 피하고자 일본에 손을 내민 양상이지만 현안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지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26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왕 국무위원의 일본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일본과 중국의 요인(要人·요직에 있는 사람) 왕래 재개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 협력을 중시한다는 뜻을 전날 면담에서 표명했다.
왕 외교부장은 면담 시작에 앞서 스가 총리와 '주먹 인사'를 나누면서 미소를 짓고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등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이날 면담에 관해 "전체적으로 온화한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안전보장 측면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스가 총리의 기본적인 중국 외교 노선이며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양면 작전'을 답습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과 일본은 24일 열린 왕 외교부장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의 회담에서 양국 기업인 등 이른바 '비즈니스 트랙' 왕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관방장관 시절부터 일본의 관광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온 스가는 일본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해도 미국과의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일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관해서는 양측의 의견 대립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 외교부장은 특히 면담을 마치고 나오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일본 측) 어선이 반복해서 민감한 해역에 들어오고 있다. 이런 선박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센카쿠 열도가 중국 영토라는 인식을 전제로 최근 갈등의 책임이 일본 측에 있다는 취지로 굳이 총리관저에서 노골적인 발언을 한 것은 센카쿠 문제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면담에 관한 발표문에서 '스가 총리가 센카쿠열도 주변 해역 등 동중국해를 비롯한 해양·안전보장문제 등에 관해 중국의 긍정적인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해 왕 부장의 태도와 대비됐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왕 부장이 센카쿠열도 주변 해역에 일본 어선이 들어오지 말라고 말하려는 듯한 "폭언을 내뱉어도 일본 측은 대체로 웃는 얼굴로 대응했다"며 "왕 씨의 폭언, 궤변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26일 논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미국, 호주, 인도와 함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지향하는 일본의 대중국 외교가 이래서 되겠냐"며 "(중국의) 감언에 솔깃해 융화를 추진하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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