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최후통첩' 시한 임박…막판 중재 주목
피란민 화급히 탈출…임산부 출산해 물웅덩이서 신생아 씻겨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5일(현지시간)로 에티오피아 정부가 북부 지역 티그라이의 '반군' 세력에 항복을 촉구한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역내기구 아프리카연합(AU)의 막판 중재가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앞서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지난 22일 연방군에 맞서고 있는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측에 72시간 내 항복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티그라이 주도 메켈레 주민 50만 명에게도 시한 내 탈출하지 않으면 "무자비한" 진압 작전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티오피아 연방군은 메켈레 60㎞ 전방에서 탱크 등으로 포위한 상황으로 최후통첩 시한이 지나면 포격전으로 무고한 주민들이 대량으로 희생될 수 있다.
에티오피아군은 TPLF 지도부와 병력이 민간인 틈에 숨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유엔 인권 관계자들은 무차별 포격이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이라고 말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정부군은 반군들이 속속 항복해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TPLF 측은 오히려 자신들이 연방군 기계화 사단을 궤멸시켰다며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막판 외교적 중재가 티그라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4일 처음으로 티그라이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후 성명은 따로 나오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제안으로 AU에 의한 중재 노력을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AU에서 티그라이 사태 해결을 위한 고위급 특사로 임명한 세 명의 전직 대통령 등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안보리 회의를 취소하려고 했으나, 유럽 국가들이 회의를 강행했다.
호아킴 치사노 전 모잠비크 대통령, 엘런 존슨 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등 3명의 AU 사절단은 25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두 명의 외교소식통이 로이터에 밝혔다.
앞서 아비 총리는 AU 사절단과 만나기로 했지만 TPLF를 합법적 협상 상대자로 하는 방안은 논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아프리카 최연소 지도자인 아비 총리는 분쟁 해소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까지 받았지만, 정작 티그라이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 휴전 촉구에 대해 '내정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지난 4일 촉발된 티그라이 사태로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연방군과 지방군 간 교전으로 수백 명이 숨지고 민간인 학살로 최소 6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웃나라 수단으로 4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몰리면서 수단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티그라이 지역에서 200만 명이 긴급 구호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지만, 이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할 수 없어 곧 연료 등이 동나고 식수 공급 등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피란민들의 참상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만삭의 임산부는 피란 도중에 출산해 갓 태어난 아이를 물웅덩이에서 씻어야 했다.
이따금 들리는 총격 가운데 워낙 상황이 화급해 피란민들은 뒤엔 남은 가족들 안부도 확인하지 못한 채 도망쳐 나왔다고 AP가 전했다.
8개월째 임신 중인 블레인즈 알파오 에일린은 나흘간의 피란길에 "우리는 사막에서 걷고 사막에서 잤다"면서 "내 남편이 어디있는지 살아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난민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18세 이하이며, 700명 정도가 현재 임산부이고 최소 9명이 피란지 수단에서 출산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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