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재일교포 차별…병원 갔더니 "세금 내고 있냐"
전문가 "왜 재일교포가 일본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 많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 재일 교포가 일본 의사로부터 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사례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일상적 차별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2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廣島)현 후쿠야마(福山)시에 거주하는 재일 교포 4세인 30대 여성은 올해 7월 풍진 검사를 받으러 남편과 함께 현지 병원을 방문했다가 남성 의사로부터 진료와 관계가 없는 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
의사는 여성에게 "세금은 내고 있냐"고 물었고 여성이 예상 밖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 답을 하지 않자 의사는 세금을 내고 있냐고 재차 물었다.
여성이 "네"라고 답하자 의사는 "주민표(주민등록등본과 유사)는", "호적에 들었냐", "국적은 변경했냐", "한국 국적이냐 조선 적(籍)이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후쿠야마시는 태아가 선천성 풍진 증후군을 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료 검사를 하고 있으며 여성이 방문한 병원은 이를 위해 지정된 의료기관이었다.
의사는 이름을 보고 여성이 재일교포라고 판단하고서 이들 부부가 무료 검사 대상인지 확인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세금 납부 여부, 혼인 신고를 하고 호적에 들었는지 여부, 국적 등은 무료 검사 제도와 관계가 없으며 건강보험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대상자인지 판단이 가능하다.
여성은 이후 의사가 던진 질문에 관해 시청에 상담했고 시 인권담당부서가 의사를 대상으로 발언 내용과 경위를 확인했다.
의사는 여성에게 문서로 두 차례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차별할 의도는 없었으나 여성에게 상처를 준 행위 그 자체가 차별이라는 뜻을 밝혔다.
후쿠야마시 담당자는 "(의사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의사는 결과적으로 차별이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앞으로 의사회 등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다른 병원에서도 의사의 발언 때문에 심적인 상처를 받았다.
직장 상사의 괴롭힘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남성 의사가 "당신이 일본에 대해 모를지도 모르지만", "지금 일본에서 그런 것이 있을 리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여성이 재일 교포 4세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을 알고 있는 의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이며 여성은 "무서워서 재일 교포 의사의 병원 외에는 가지 못한다"고 반응했다.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근절되지 않는 것에는 한일 관계 악화, 한 역사 교육이 영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시자와 후미토시(吉澤文壽) 니가타(新潟)국제정보대 교수(한일관계사)는 "왜 전쟁이 시작됐는지, 왜 재일교포가 일본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올바르게 알지 못하니 차별을 하고, 그것이 차별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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