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코로나 대응도 힘든데…잇단 자연재해로 시름
러 연해주 겨울철 눈 폭풍으로 정전·단수 사태…여름철은 태풍 피해
'삶의 질' 개선 목표 정부 대규모 투자에도 열악한 생활 기반은 여전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전기도 끊기고 물도 나오지 않아서 아침 일찍 사무실로 나오기는 했는데 저녁에는 어떻게 버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기자를 만난 현지 교민은 이 지역에 몰아닥친 거대한 눈 폭풍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연해주에는 지난 19일 새벽부터 이틀간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연해주 기상청장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30년간 이번과 같은 눈 폭풍은 보지 못했다면서 뜨거운 공기의 저기압이 찬 공기를 운반하는 고기압과 만나면서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강한 바람이 더해지면서 기상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면서 도심 곳곳에는 빙판길이 만들어졌다.
건물 사이사이를 연결했던 전선들은 꽁꽁 얼어붙으면서 길가에 축 늘어져 내렸다.
두께가 무려 1.2㎝에 달하는 얼음이 나뭇가지에 꽉 달라붙으면서 무게를 못 이긴 가로수들은 그대로 쓰러졌다.
이로 인해 연해주 곳곳에서는 대규모 정전·단수 피해가 발생했고, 철도·항공 등 교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무려 17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연해주 지방정부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해군과 육군이 나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에 나섰으며 임시 생활시설도 만들어졌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지역의 일부 의료시설도 전기가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해주 지방정부는 각 의료시설에 비상 발전기를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
사실 연해주에서 올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여름철 대형 태풍인 마이삭과 하이선이 연해주에 영향을 미치며 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비롯해 주택 파손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낡은 시설들이 많다 보니 자연재해가 닥칠 때마다 대규모 정전과 단수 사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도시 기반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전반적으로 러시아 극동 주민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 정부의 목표와도 부합한다.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최근 현지 일간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유치원과 학교, 병원, 도로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이 러시아 중서부에 비해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정부가 대규모 정책을 바탕으로 러시아 극동의 정주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는 데는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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