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미군 감축 결정 환영…"적절한 조치"
나토·주민은 우려…정부 일각선 "자력 방위" 장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국의 아프간 주둔군 감축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8일 AFP통신에 미군 감축은 적절한 조치이며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군 철수가 빠를수록 전쟁은 더 방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감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명령에 따라 약 4천500명의 현지 미군은 내년 1월 중순까지 2천500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국토의 90∼95%가량을 장악했던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탈레반은 이후 반격에 나섰고 현재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월 미국과 평화 합의서에 서명한 탈레반은 9월 12일부터는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에 나섰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다.
미군 감축 결정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아프간 주민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7일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한번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무대가 될 위험이 있다며 "너무 일찍 떠나거나 조율되지 않은 방식으로 철수하는 것의 대가는 매우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간에는 현재 미군 포함 약 1만2천명의 나토군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주민 마흐디 모사위도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정치력을 더 확보하기 위해 폭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파티마 사파리는 미군 철수로 인해 여성들이 그동안 어렵게 얻은 것들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던 1996∼2001년 복장, 교육, 외출 등에서 엄격한 제한을 받았다.
반면 아프간 당국 일각에서는 미군 감축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호기로운 목소리도 나온다.
라흐마툴라 안다르 아프간 국가안보국 대변인은 "아프간 치안 병력과 군은 이미 현지 작전의 96%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적으로부터 국가를 계속 지켜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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