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막으려면 체중 아닌 체지방을 줄여야"
지방량 10% 줄면 심부전 위험 22~24% 내려가
근육 감량은 효과 없어…미 텍사스대 연구진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성인 환자가 많은 2형 당뇨병에 걸리면 심부전이나 심장마비(심근경색) 위험이 커진다.
지금도 1형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2형 당뇨병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2045년이면 전 세계 환자가 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2형 당뇨병과 심장 질환의 강한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게 과체중과 비만이다.
의사들이 2형 당뇨병을 가진 심장 질환 환자에게 먼저 체중 감량을 권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무조건 체중을 줄인다고 해서 이런 질환의 위험이 낮아지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육을 줄여 체중을 빼면 도움이 안 되고, 복부 등의 체지방을 먼저 줄여야 효과를 본다는 게 요지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SW) 연구진은 9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순환계(Circulation)'에 발표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암바리쉬 판데이 내과 조교수는 "오래전부터 체질량 지수(body-mass index)를 건강한 수준으로 낮추라고 환자에게 조언했지만, 신체 어느 부위를 줄여야 하는지는 말하지 못했다"라면서 "지방량과 제지방량(지방을 뺀 체중)이 각각 심장 질환 위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지방량(Fat mass)은 신체 각 부위의 지방을 합한 것이지만, 제지방량(lean mass)은 지방을 뺀 체중, 다시 말해 주로 근육의 무게를 말한다.
신체의 지방과 근육 구성, 그리고 이런 신체 조성과 심장 질환의 상관관계를 알려면 DXA(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 스캔을 하는 게 가장 좋다. 하나 이 방법은 환자의 불편이 큰 데다 비용이 많이 들고 방사선 노출 위험도 따른다.
연구팀은 DXA로 체지방 등을 측정한 '룩 어헤드(Look AHEAD)' 임상 시험의 데이터를 활용해 지원자의 체중, 체성분, 허리둘레 등의 변화를 분석하고 12년간 심부전 발병 사례를 추적했다.
룩 어헤드는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2형 당뇨병 환자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섭식, 신체활동, 교육 등 개입 유형별로 체중 감량 효과를 조사한 프로그램이다.
전체 지원자 5천103명 가운데 추적 기간에 심부전이 생긴 사람은 257명이었다.
체지방과 허리둘레를 줄이면 그것에 비례해 심부전 위험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체지방을 10%만 줄이면 심부전 위험은 박출 계수 보존 심부전(HFpEF)에서 22%, 박출 계수 감소 심부전(HFrEF)에서 24% 떨어졌다.
박출 계수(Ejection fraction)는 맥박이 한 번 뛸 때 심장(좌심실)이 뿜어내는 혈액의 양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기능이 좋은 심장은 박출 계수가 최소 50%는 돼야 한다.
허리둘레를 줄일 경우 박출 계수 보존 심부전 위험은 대폭 줄었으나, 박출 계수 감소 심부전 위험은 그다지 줄지 않았다.
하지만 주로 근육량이 반영되는 제지방량 감소는 심부전 위험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발견에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전체적인 체중 감량이 아니라 특정 체성분의 감소만 심부전 위험과 연관돼 있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판데이 교수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거로는 충분하지 않고, 심부전 위험을 확실히 낮추려면 체지방을 먼저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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