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국방정책서도 트럼프 지우기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성 소수자의 군 복무 허용에서부터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 협상 재개까지 일련의 새로운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은 행정명령을 즉시 발동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트랜스젠더(육체적 성별과 정신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의 군 복무를 공개적으로 허용할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행정명령만 발동하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해온 트럼프의 2017년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유세 기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의 미군 복무를 막아온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 폐지와 동성혼 지지 선언 등 성 소수자 공동체에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해왔다.
핵무기 예산도 손볼 가능성이 제기됐다. 폴리티코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국방부 예산이 새로운 절감 압박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주요한 사업 계획이 백지화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핵무기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폐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큰 분야가 바로 B-52나 미래형 B-21 전략 폭격기에 장착될 신형 장거리 원격 핵 순항미사일(LRSO)이다. LRSO는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 교체용이다.
최대 800억 달러(89조3천8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최대 100대의 B-21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B-21'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유·무인 조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예의주시하는 또 다른 사업은 미국 서부 지역에 배치된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력이다.
그러나 '지상배치전략억제전력'(GBSD)으로 알려진 130억 달러(14조5천145억 원) 규모의 ICBM 개량사업은 지난 9월 노스럽 그루먼이 주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백지화하기가 쉽지 않다.
GBSD의 핵심은 지난 1970년대 실전 배치된 ICBM '미니트맨 3' 400여 기를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형으로 교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미 공군은 올해 중으로 시제품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오는 2070년까지 GBSD를 ICBM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LRSO와 함께 ICBM 전력이 주요한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축 문제도 새로운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바이든의 친정인 민주당 진영에서는 중거리핵전략조약(INF. 사거리 500∼5천500㎞의 지상 발사 핵미사일 중심)과 항공자유화조약(상호 영공에 대한 정찰비행을 허용하는 조약으로 1992년 체결) 탈퇴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군축 문제를 포기한 것을 경솔한 처사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방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취임 직후인 내년 2월 5일까지 미국과 러시아 양측에서 배치된 핵무기 수를 1천550개로 정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도 5년간 더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도 러시아가 모든 핵무기를 잠정적이나마 동결한다면 이 협정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비쳤다.
그러나 바이든은 지난해 이 협정을 "전략적 안정을 위한 하나의 닻(anchor)이자 새로운 군축협정을 위한 근원"이라고 부르며, 5년 기한과 관계없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폴리티코는 이어 대통령 전쟁 권한의 핵심인 무력 사용법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잘못 접근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이의 수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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