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불복 이어 국방장관까지 경질…"충격적 움직임"
'포스트 대선' 축출 시작되나…FBI·CIA 국장에 파우치 소장도 거론
눈엣가시 제거로 권력누수 방지·불복 시나리오 가동 해석도…정권인수 험로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해 '포스트 대선' 축출의 시작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권을 휘두르며 레임덕을 차단하고 불복 정국 속에 행정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에스퍼 장관의 해임을 알리고 크리스토퍼 C. 밀러 대테러센터장이 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충성심을 중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예스맨'으로 꼽혔지만 지난 6월 초 인종차별 항의시위 사태 때 군 동원에 반대하는 공개 항명을 하는 등 최근 잇따른 불협화음을 빚으며 일찌감치 해임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번 인사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눈엣가시를 제거하는 작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예상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색이 짙어지던 지난 6일 보니 글릭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을 해임해 배경을 두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통령을 불쾌하게 만든 인사들에 대한 더 광범위한 축출의 전조"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종종 내각을 교체하지만, 패배한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새 대통령 취임식까지 국방장관을 유지해 왔다"며 "대선 패배 직후 충격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외신에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경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레이 국장은 대선 기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비리 의혹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우편투표=사기투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선거 사기가 확실하지 않다고 의회에 증언해 분노를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스펠 국장 역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문건의 기밀해제에 반대해 눈 밖에 났다는 보도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 당국자들도 경질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제 정상화 기조 속에 전염병이 잡혀간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확산 위험을 계속 경고하고 백신 조기 개발 문제에서도 엇박자를 내면서 대선에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 로버트 레드필드 질방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을 권력누수를 막는 것을 넘어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불복 의사를 재차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에스퍼 장관 해임에 대해 대선 패배 후 힘을 투사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행정력을 발휘할 또다른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대선 패배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결론이 담긴 것"이라고 봤다.
앞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시 레임덕이 불가피하지만 소송전을 전개하면서 인사권과 행정권을 휘두르는 '마이웨이'로 대선 불복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눈엣가시 인사들을 잇따라 해임한 뒤에는 무역과 제조업, 중국 관련 등 전 분야에서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행정명령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패배 시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CNN은 "미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거친 72일의 첫날로 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까지는 72일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이 바이든 당선인의 원활한 정권 인수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제대로 활동하며 필요한 지원을 받으려면 연방조달청(GSA)의 바이든 승리 선언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 과정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문제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행정부 인사 중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는 듯한 움직임도 나왔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며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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