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동지중해 문제에 EU 공갈은 아무 소용 없어"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동지중해 자원 개발 문제로 그리스·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EU가 공갈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우리는 EU가 하루빨리 터키를 EU에서 멀어지게 하는 '전략적 맹목'을 그만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위협과 공갈의 언어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아야 한다"며 "동지중해 자원개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 터키에 대한 무시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지중해 문제에 대해 인내심과 냉철한 태도를 보였다"며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행동했고 협상 테이블에서 도망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미국의 지질조사 결과 터키 해안에서 지척인 키프로스 섬 인근 동지중해에는 17억 배럴의 석유와 122조 큐빅피트(cf)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는 지난 8월부터 오루츠 레이스를 투입해 동지중해에서 천연자원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오루츠 레이스의 작업해역은 키프로스 섬과 그리스 영토인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인근으로 그리스·키프로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1923년 터키 독립전쟁의 결과로 체결된 로잔 조약에서 양측이 이스탄불을 포함한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의 영토로 하고,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터키가 오루츠 레이스를 호위한다는 명분으로 해군 함정까지 동원하자 그리스·키프로스는 천연가스 시추권을 받은 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합동 훈련을 하며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터키도 실사격 훈련으로 맞대응하면서 동지중해에서 긴장이 고조했다.
이후 양측은 긴장 완화를 위해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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