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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바다 위 '초대형 바람개비' 20개가 만드는 깨끗한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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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바다 위 '초대형 바람개비' 20개가 만드는 깨끗한 전기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가보니



(고창=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21일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 작은 낚싯배 한 척을 타고 10㎞쯤 이동하자 멀찌감치 바다 위로 솟은 '바람개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바람개비들의 몸집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배에 탄 취재진을 압도할만한 위용을 드러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들이었다.
전북 부안군과 고창군 해역 일원에 위치한 14㎢ 면적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는 총 60㎿ 규모의 풍력발전 터빈 20기가 서 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총 27.6㎞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통해 고창군과 부안군으로 보내진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155GWh로, 해당 지역 전기 사용량의 15%에 해당하며 5만가구(4인 기준)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풍력발전 터빈은 높이 90m의 기둥에 길이 65m의 날개(블레이드) 3개가 붙어있는 형태다.
전력을 생산할 만큼 터빈이 회전하려면 최소 10㎧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는 바람 세기가 2∼3㎧에 불과해 20기 중 5∼6기만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실증단지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해상풍력(한해풍) 관계자는 "평균 설비 이용률은 29.5%로, 제주 탐라 해상풍력 발전단지보다 바람이 적은 편이지만 블레이드 크기가 커서 전력 생산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곳에 실증단지-시범단지-확산단지 등 총 3단계에 걸쳐 2028년까지 2.4GW 규모의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입되는 예산만 약 13조원에 달한다.
현재 실증단지에 설치된 3㎿짜리 터빈을 활용해 이런 계획을 실현하려면 무려 800기를 설치해야 한다. 발전기마다 800m의 간격을 둬야 하므로 필요한 부지도 상당하다.
한해풍과 터빈 제조사인 두산중공업[034020] 등은 필요한 터빈 수와 부지 규모를 줄이고자 터빈을 대형화해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실증단지에는 주요 신기술이 구현됐다.
먼저 신소재인 탄소섬유 블레이드를 적용한 신규 터빈 17기가 설치됐다. 신규 터빈은 회전 직경이 134m로 기존 제품(회전 직경 100m)보다 커서 이용률이 25%가량 높다.
블레이드를 지탱하는 기초구조물도 '석션버켓'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도입됐다.
석션버켓은 중공 원형관 내부 압력을 낮춰 지반에 꽂아 고정하는 방식이다. 암반층까지 파일을 박는 기존의 '자켓' 구조와 비교해 1기당 공사 기간을 43일에서 2일로 단축하고 비용을 56억원에서 43억원으로 줄였다.
국내 최초의 해상변전소도 들어섰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 변전소는 발전 전압을 22.9kV에서 154kV로 승압해 육지 변전소로 송전하는 역할을 한다. 담수화 설비, 오염 유출 방지 설비, 비상 해상탈출 설비 등을 갖췄다.
아직 시범단지 및 확산단지에 설치될 터빈의 형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두산중공업은 현재 8㎿ 규모의 터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상풍력이 발전한 유럽은 이미 8㎿ 터빈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고, 12㎿ 터빈의 상용화를 시작했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데 있어 기술 수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주민 수용성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개발 협약서를 체결한 지 10년이 다 돼서야 겨우 실증단지가 완공됐다. 어업 활동 제약과 소음 등을 이유로 주민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실증단지의 경우 이런 주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발전기 반경 100m를 제외한 공간에서 일정 규모 어선의 통항·어업을 허용했다. 10t 이하의 어선이면 총면적의 약 95%에서 낚시, 통발, 복합어업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음 문제는 풍력발전기가 육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설치되면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찾은 실증단지 해안가에서는 블레이드 회전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터빈 바로 밑에서 들리는 소음도 약했다.
환경 훼손 우려와 관련해 한해풍 관계자는 "영국, 덴마크 등 사례를 검토한 결과 해상풍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터빈의 기초구조물이 인공 어초 역할을 해 인공 어장이 형성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상풍력이 국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해상풍력단지 내 양식장 조성, 인공어초 설치 등 수산업과의 공존기술에 대한 실증이 진행 중이다.
한해풍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풍황 자원이 우수하고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분야"라며 "지역 주민과 상생하고 친환경적인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br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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