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 LCD패널 가격 오르자 '탈 LCD' 속도조절
LGD "시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삼성디스플레이도 생산 연장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올해 초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축소·철수를 선언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최근 TV용 LCD 패널 가격 상승에 따라 '탈(脫) LCD' 속도를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TV용 LCD 패널 공장을 정리하고 해외공장만 운영하겠다던 LG디스플레이[034220]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시황과 고객 니즈(수요)를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연내 LCD 사업 철수를 선언했던 삼성디스플레이도 국내 LCD 공장 운영을 연장할지 검토 중이다.
LCD 패널 판매가격이 상승하면서 추가 투자 없이도 당분간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인데, 국내 업계는 '탈 LCD'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 연초 '100달러' 55인치 LCD 패널, 연말 가까워지자 150달러까지
25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WitsView)에 따르면 TV용 55인치 4K LCD 패널 판가는 올해 1월 장당 평균 103달러에서 10월 평균 155달러까지 올라 연초 대비 50.5% 상승했다.
위츠뷰는 55인치 LCD 패널 가격이 내년 하반기까지 150∼160달러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65인치 4K LCD 패널 가격은 올해 1월 평균 168달러 수준에서 이달 평균 207달러로 연초 대비 23.2% 상승했다. 이외에 32인치·43인치·50인치 등 LCD 패널 역시 전반적으로 연초보다 가격이 뛰었다.
LCD 패널 가격이 높아진 것은 올해 TV 판매 증가로 패널 수요가 높아진 것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진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 생활이 늘면서 TV 판매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TV용 LCD 패널 수요도 예상보다 높아졌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LCD 패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LCD 가격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영향을 받아왔는데, 올해 들어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면서 저가 제품을 앞세운 '치킨게임'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이에 따라 LCD TV용 패널 가격이 당분간 높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LCD 사업 축소해온 국내 기업들…점유율도 30%에서 10%대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OLED나 QD(퀀텀닷)-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겠다며 LCD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왔다.
LCD 사업 축소 기조는 올해 초부터 공식화됐다.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은 올해 1월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올해 연말까지 대부분 정리하겠다"며 "중국의 LCD TV 패널 공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 패널을 축소하는 대신 OLED 패널에 집중하기로 하고, LCD 사업은 모니터·노트북·태블릿 등 IT용 LCD 패널처럼 고부가 제품을 강화하기로 했다.
뒤이어 올해 3월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년부터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으로 사업의 전환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LCD 사업 철수 기조에 맞춰 지난 8월 중국 LCD 생산공장을 매각했고, 국내 생산라인과 인력도 조정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의 TV용 LCD 패널 출하량 세계 점유율은 2018년 31.2%에서 올해 2분기 16.5% 수준으로 준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17.4%에서 지난해 15.2%로 줄었고, 올해 2분기엔 7.3%까지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8년 13.8%에서 지난해 10.9%, 올해 2분기 9.2%까지 감소한 상태다.
◇ LGD "시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삼성디스플레이도 생산연장 검토 중
LCD 사업을 축소해온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최근 시황 개선으로 '탈 LCD' 속도를 조정하거나 생산 연장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서동희 전무는 최근 3분기 실적 기업설명회에서 "LCD 구조혁신의 기본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한국의 LCD 팹은 상당 부분 조정됐지만, 잔여 설비는 가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황과 고객의 니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올해까지 마무리하려 했던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은 시황 개선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운영 시기를 조절하고 수익성을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TV용 OLED 패널은 올 하반기 출하량을 상반기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연간 출하량은 올해 400만대 중후반에서 내년에는 700만∼800만대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내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시황 개선에 따라 TV용 LCD 패널 생산을 연장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LCD 패널 생산 연장에 대해 "현재로선 확정적이지 않다"며 "기존 QD(퀀텀닷디스플레이) 전환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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