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게임인] 예년 같지 않은 지스타 열기, 정말 코로나 탓일까
한 달 남았는데 참가사 10곳 미만…'온라인 전환' 임기응변 수준 그쳐
조직위·당국, 혁신 없이 시간 허비…도쿄게임쇼 반면교사로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K-게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 국내 게임업계는 지스타에서 새로 발표할 소식과 게임 팬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바쁘지만 들뜬 나날을 보낸다.
국내외 게임 관계자들이 부산으로 모이기 때문에 미리 좋은 숙소를 예약하려는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지스타를 준비하는 분위기가 여느 때보다 조용하다.
올해 지스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1월 19∼22일 온라인으로 열린다.
게임사들의 발표는 트위치·유튜브 등의 '지스타TV' 채널을 통해 이뤄지며, 부산 벡스코 현장에는 '지스타TV'를 제작·송출할 방송 스튜디오 정도만 놓인다.
하지만 온라인 개최인 점을 고려해도, 올해 분위기는 오히려 침울한 쪽에 가깝다.
현재까지 지스타에 참가한다고 발표했거나 참가 사실이 알려진 기업이 10곳도 채 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은 넥슨·크래프톤·컴투스·네오위즈·KT 정도다.
지난해 36개국에서 700곳 가까이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하다. 역대 최소 규모 개최가 확실시되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등 업계 쪽이나 지스타 조직위, 문화체육관광부 등 당국 쪽은 공히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규모가 축소돼 너무 아쉽다"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지스타 준비 과정을 쭉 취재해온 입장에서 보면, 국내 게임계가 제대로 된 비대면·온라인 행사를 기획하려고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스럽다.
온라인 지스타의 모양새가 '임기응변' 수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온라인 행사를 시도하려 했다면 기획할 시간은 충분했다. 코로나19는 1분기에 이미 창궐했다. 조직위도 이미 6월에 온라인 전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스타 측은 온라인 전환 외에 별다른 비대면 행사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
매년 지스타를 문화·관광 분야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삼던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도 지스타에 별다른 추가 지원책을 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5년 동안 지스타에 한 해 1억8천만원∼2억원 수준의 후원금만 전달하고 있다.
지스타 조직위에서 여력을 짜내 만든 지스타TV는 배성재·성상헌·윤태진·홍진호 등 유명 방송인들의 섭외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게임계 바깥에서도 지스타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네이버·카카오나 TV 등으로 마케팅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는 부족한 예산 때문에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기준으로 지스타TV 유튜브 구독자는 2천100여명이다. 동영상 조회 수는 대부분 수백회 수준에 그친다.
게임쇼의 백미이자 존재 가치는 대형 신작 발표인데, 올해 지스타에서 굵직한 신작을 발표한다는 게임사도 현재까지 없다.
그나마 넥슨이 신작을 발표한다고 공표하면서 일말의 기대를 싹틔우는 중이다.
넥슨 외에 다른 국내외 게임사가 추가로 대형 신작을 내놓는다면, 꺼져가는 흥행 불씨가 뒤늦게나마 되살아날 전망이다.
기왕 준비한 온라인 행사를 문제없이 치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달 도쿄게임쇼(TGS)는 온라인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홈페이지 곳곳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TGS는 주요 행사가 미국 새벽 시간에 열렸던 점, 게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없었던 점, 굿즈를 얻을 이벤트가 없었던 점, 의견을 나눌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했던 점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지스타 조직위는 이런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올해 지스타 온라인 개최가 단지 임기응변 수준에 그치면 안 된다.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은 내년까지 이어질지 모르며, 또 다른 감염병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
온라인 지스타에서 한국 게임계가 보일 역량에 국내외 게임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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