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코로나19 대응 이끌어야" 전·현직 직원 1천명 공개서한
"트럼프 행정부, 대응 수칙 마련에 압력 행사해선 안돼" 방역 정치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현직 직원 1천여명이 CDC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에 우려를 표명하고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역학조사 전문요원'(EIS)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들을 포함한 CDC 전·현직 직원 1천44명이 서명한 공개서한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EIS는 의대 졸업생이나 해당 분야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2년간 체계적인 교육을 거쳐 현장 역학조사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국가적 리더십의 공백은 전례 없는 것이며 위험하다"면서 "CDC가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CDC의 침묵과 정치화를 우려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CDC의 코로나19 대응 수칙 마련에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CDC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CDC가 과학을 토대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명 참여자 중에는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 시절에 CDC 국장을 지낸 제프리 코플랜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CDC를 이끌었던 톰 프리든이 포함됐다.
서명에는 1951년 이래로 EIS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 중 25% 이상이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더글러스 해밀턴 박사는 "CDC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수정하는 등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봐왔다"면서 "CDC의 과학적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1984년 EIS 과정을 수료한 지넷 슈테어-그린 공중보건의는 "지난 8월 CDC가 무증상자는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을 때 혼란을 겪었다"면서 "(공중보건의들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DC는 "지난 74년 동안 꾸준히 공중보건 유지를 위해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방역수칙을 제시해왔다"면서 "지난 1월부터 직원 5천200여명이 미국인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28만8천278명이며, 이 중 22만3천64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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