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도네시아의 韓진단키트 공장 가보니…K방역 날개
젠바디 인도네시아 반둥공장 8월부터 항체·항원 키트 생산
(반둥=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진단키트 생산의 핵심은 온도와 습도 관리입니다"
외부와 차단하는 문을 5차례나 열고, 또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50㎡(15평) 정도 작업장에 하얀색 방호복으로 무장한 인도네시아인 직원 10여명이 유리창을 통해 보였다.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특파원이 찾아간 젠바디 인도네시아 반둥공장에서는 현지인 직원 20여명이 2교대로 하루 4만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K방역 기술로 생산하고 있었다.
통상 인도네시아의 한인 공장은 신발·봉제 등 노동집약적 사업이 주를 이루지만, 진단키트 공장은 반자동화돼 있고 생산과정이 매우 단순해 소수의 인력만 필요하다.
유리창 안쪽의 작업장은 온도 20.5도, 습도 16.5%로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신창우(59) 젠바디 인도네시아법인 대표는 "진단키트는 습도에 매우 약하다"며 "작업장 습도가 20%를 넘으면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온도·습도를 철저히 통제하고, 파푸아와 아체 등 먼 곳으로 배송할 때는 직사광선·고열에 손상되지 않도록 아이스팩과 함께 포장한다"고 말했다.
작업장 내부를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니 직원 한 명이 리트머스지 역할을 하는 언컷시트(진단용지)에 시약 물질을 기계로 도포했고, 또 다른 한 명이 시약이 도포된 언컷시트를 키트 크기에 맞게 자르는 기계를 돌렸다.
언컷시트에 도포되는 물질은 젠바디 한국 본사에서 개발한 시약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임신 진단키트와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서 금방 확인해준다.
중앙에 놓인 작업대에서는 직원 서너명이 앉아서 플라스틱 키트에 언컷시트를 넣어 조립했고, 그 옆 작업대에서는 직원 두 명이 조립이 잘 됐는지 맨눈으로 전수 검사하고 있었다.
나머지 직원 한 명은 품질 샘플검사, 다른 한 명은 개별 포장기계를 돌렸다.
젠바디 반둥공장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한 달 평균 100만개로, 창고에 쌓여있을새 없이 인도네시아 전역의 보건의료시설과 지자체, 기업체 등으로 팔려나간다.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인도네시아에 수입되는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는 수십 가지에 이르지만, 현지에서 직접 한국 기술로 생산하는 곳은 젠바디 반둥공장 한 곳뿐이다.
젠바디 반둥공장은 2018년부터 가동됐다. 1988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신 대표는 30여년간 개인사업을 하다가 현지인들이 열대성 질병으로 수없이 사망하는 모습을 보고 진단키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반둥공장은 동남아에서 많이 걸리는 뎅기열, 말라리아, 티푸스, B형간염 등 진단키트부터 생산을 시작해 에이즈, 마약검사에 이르기까지 30여종 진단키트를 생산한다.
그러다 올해 3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현지 보건부의 허가를 얻어 8월 17일부터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반둥공장은 현재 생산량의 90%를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는 7 대 3 비율로 항체키트(혈액)와 항원키트(코·목 면봉검사)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검사 시 모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기 때문에 신속진단키트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PCR 검사능력에 한계가 있고, 비용도 감당할 수 없어서 정확도가 PCR보다 낮더라도 값싸고 빠르게 검사하는 신속진단키트를 병용해서 쓴다.
항체검사 키트는 손가락에서 피 한 방울을 뽑아 시약과 섞으면 5분 만에 양성·음성 결과가 나온다.
한국산 항체키트의 정확도는 90% 안팎으로 비교적 높지만, 중국산은 50∼70%에 불과해 인도네시아에서도 문제가 됐다.
무엇보다 항체검사 키트는 감염·증상이 발생하고 7∼10일 정도 지나 항체가 형성돼야 양성판정이 나와서 초기에 확인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이에 젠바디를 비롯한 진단키트 회사들은 면봉으로 목과 코의 분비물을 시약과 섞어 15분 정도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검사 키트를 새로 개발했다.
항원검사 키트의 정확도는 PCR 검사보다는 떨어지지만, 항체검사보다는 높고, 감염 초기에 양성판정이 확인된다는 장점이 있다. 젠바디는 자사 항원키트 정확도가 90∼98%라고 설명했다.
젠바디 반둥공장에서 직접 항원검사를 받아보니, 혈액검사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방법은 간단했다.
얇은 면봉을 코와 목 깊은 곳에 넣어 분비물을 묻힌 뒤 시약과 섞고, 진단키트에 한 방울 떨어트리고는 15분이 지나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젠바디 인도네시아 법인은 다음 달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백신 접종 전후에 항원검사 키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신 대표는 "2018년 진단키트 공장 가동 후 연간 30% 성장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폭증으로 100% 성장이 예상된다"며 "다른 무엇보다 한국 기술력으로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크다. K방역의 현지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진단 기술력이 인도네시아 보건·의료질 향상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인도네시아의 수요부터 충족시키고 나면,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다른 국가로도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