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즈오카현 지사 "스가 총리, 교양수준 드러났다" 비판 논란
스가 "임명권자로 책임 다할 것"…기존 결정 번복 불가 입장 고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학자 출신 광역단체장으로 일본에서 지명도가 높은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 시즈오카(靜岡)현 지사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학벌까지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스가 총리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학자의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인데, 인터넷상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가와카쓰 지사는 지난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학술회의 논란을 거론하면서 "스가 요시히데라는 인물의 교양 레벨(수준)이 우연히 드러난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아키타(秋田)현에서 태어난 스가 총리가 초중고를 마친 뒤 상경해 돈을 벌면서 대학(호세이대)을 졸업하고 정치가의 길로 들어선 사실을 지적하면서 "다시 말하면 학문을 한 사람이 아니다. 학점을 따기 위해 대학을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스가 총리는 고교 졸업 후 상경해 골판지 공장과 쓰키지(築地) 시장에서 막노동을 한 경험이 있다.
동년배와 비교해 2년 늦게 호세이(法政)대학 법학부에 들어간 스가 총리는 대학 시절에도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국회의원 비서와 요코하마 시의회 의원을 거쳐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했다.
스가 총리는 이런 과거를 내세우며 자신이 바닥에서 시작해 총리에 올랐다는 입지전적인 면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가와카쓰 지사는 일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스가 총리의 학력을 거론하며 교양 없는 사람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2009년부터 3번째 연임 중인 가와카쓰 지사는 옥스퍼드대학 출신으로 와세다(早稻田)대학 정치경제학부 교수와 시즈오카 문화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해 일본에선 '학자 지사'로 알려진 광역 단체장이다.
학벌로는 스가 총리와 대비되는 가와카쓰 지사의 지위 때문에 인터넷상에서는 그의 발언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스가 총리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혹평한 것은 당연하다면서 가와카쓰 지사를 지지하는 쪽과 학벌을 잣대로 한 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비난하는 쪽이 맞서는 양상이다.
가와카쓰 지사의 발언을 문제 삼은 한 인사는 "교양은 학문뿐만 아니라 품성을 비롯한 태도나 생활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가와카쓰 지사야말로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스가 총리는 9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지지(時事)통신과의 공동인터뷰에서 일본학술회의가 추천한 회원 후보 105명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정권의 정책에 비판적이던 6명을 임명 배제한 것과 관련, 지난달 28일 결재 단계의 추천자 명단은 6명이 제외된 99명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요미우리신문 등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추천된 사람을 임명하는 책임은 총리에게 있다. (학술회의가) 추천한 사람을 그대로 임명해온 전례를 답습하는 것이 좋은지 생각했다"며 자신이 임명을 거부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는 다른 뉘앙스의 설명이어서 주목된다.
스가 총리의 이 발언을 두고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자 책임 회피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가 총리는 또 이번 인터뷰에서 임명 배제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뜻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임명권자인 총리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임명에서 배제된 6명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스가 총리는 최근 일본학술회의 신규 회원을 임명하면서 이 단체가 추천한 105명의 후보 중 아베 전 총리 집권기에 추진된 정책에 반대 의견을 밝힌 마쓰미야 다카아키(松宮孝明) 리쓰메이칸대 교수 등 6명을 배제해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학술·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을 사면서 정치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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