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학술회의 논란에 "학문자유 무관"…정면돌파 시사
관저 출입 기자단 공동인터뷰…"임명된 회원은 공무원 입장"
"내년 도쿄올림픽, 안전대회 실현 노력"…개헌 관련 견해 표명은 유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5일 '학문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본학술회의 추천 회원 6명의 임명 거부에 대해 "학문의 자유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기존 결정을 철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사태를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관저 출입기자단과의 공동인터뷰에서 "일본학술회의는 정부 기관으로, 연간 약 10억엔의 예산을 쓰면서 활동하고, 임명된 회원은 공무원 입장이 된다"고 했다.
이어 "추천된 사람을 임명하는 책임은 총리에게 있다"며 "(학술회의가) 추천한 사람을 그대로 임명해온 전례를 답습하는 것이 좋은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술회의 회원들이) 종합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확보하는 관점에서 이번 임명 (거부)에 대해 판단했다"면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충실하게 설명해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자의 임명을 배제한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학문의 자유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임명을 거부한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이전 정부 시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임명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스가 총리는 최근 일본학술회의 신규 회원을 임명하면서 이 단체가 추천한 105명의 후보 중 6명을 배제해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명을 거부당한 마쓰미야 다카아키(松宮孝明) 리쓰메이칸대 교수(형사법) 등이 안보관련법, 특정비밀보호법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기에 추진하던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밝힌 사람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6일 오후 총리 관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스가 총리가 내린 임명 거부 결정을 뒤집기 위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임명을 거부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임명을 요구하는 학술회의 및 시민단체들과의 대립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 정책 제언 등의 활동을 하는 일본학술회의는 총리 산하의 독립 특별기관으로, 210명의 회원과 약 2천명의 연대회원으로 구성된다.
별정직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일정한 수당을 받는 회원은 학술회의 측 추천으로 총리가 임명하게 돼 있지만, 임명 거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회원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씩 바뀐다.
이번 임명 대상에서 배제된 마쓰미야 교수는 이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의 회동에서 "총리에게 임명권이 있으니 임명 거부권도 있다고 한다면 국회가 지명한 총리를 임명권자인 일왕이 거부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며 스가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스가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년으로 미뤄진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에 전력을 기울여 안전한 대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쿄도(都) 등과 협력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가 과제로 남긴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포함한 새로운 미사일 방어 전략과 관련해선 "미국과의 기본적인 역할 분담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의 범위 내에서 국제법을 준수해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이날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선 "총리 입장에서 답하는 것을 삼가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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