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지명 배럿, `입양에 다운증후군 자녀' 7남매 둔 슈퍼맘(종합)
낙태·오바마케어·이민 비판적인 보수주의자…총기보유 옹호
트럼프가 애초 찍어둔 48세의 독실한 가톨릭 신자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안용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는 미 법조계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된다.
배럿 지명자가 상원 인준 표결을 통과한다면 연방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이 6명을 차지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를 연방대법관에 앉힌 데 이어 3번째 '보수 대법관'을 지명했다.
◇ 일찌감치 예약된 대법관 후보
2017년 현 직위인 연방고법 판사에 오른 배럿은 이듬해 캐버노 지명 당시에도 최종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배럿을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예약해뒀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즈버그 타계 직후에도 배럿이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지난 21일 그를 직접 면담하는 등 일찌감치 지명 1순위로 거론됐다.
우파였던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법률 서기를 지낸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고법판사 인준청문회에서 신앙과 법률에 관해 썼던 자신의 글을 놓고 민주당 상원 법사위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과 논쟁하기도 했다.
당시 파인스타인은 배럿에게 이른바 교조주의에 빠져 있는지 물었고, 배럿 지지자들은 배럿이 종교 때문에 폄하됐다며 반발했다.
배럿의 종교적 관점이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배럿은 당시 청문회에서 종교가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낙태·이민·총기·건강보험 보수 정책 지지
낙태 반대론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해 그가 인준될 경우 미 대법원의 보수화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명 사실을 알리며 "헌법에 대한 충성심을 지닌 여성"이라고 했고, 배럿은 "나는 미국과 미국의 헌법을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배럿은 그간 수정헌법 2조의 총기 소지 권리와 이민, 낙태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CNN은 전했다.
배럿은 작년 총기를 금지하는 것은 수정헌법 2조를 2차적 권리로 다루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신규 영주권 신청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판결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낸 전력도 있다.
당시 배럿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 해석이 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그가 새 규칙에 정면으로 맞부닥칠 이민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국적인 낙태 합법화를 가져온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는 데 앞장설지도 관심이다.
이 판결은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중절을 선택할 헌법상 권리를 인정했다.지난 2018년 낙태와 관련된 2가지 법률안에 대해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태아의 성별이나 장애가 발견된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고, 낙태 후 태아를 화장하거나 매장하도록 의무화한 법률안을 찬성한 것이다.
당시 배럿은 소수 의견에서 "태아의 성별이나 인종 등에 따라 낙태를 하려 할 경우 주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법원 결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또 고양이나 쥐의 사체나 그냥 버릴 수 있도록 한 현행 법률안이 태아에도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정부에 낙태를 반대할 권한을 부여하고, 태아가 사망할 경우에도 사람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인 이른바 오바마케어에 대한 대법원의 2012년 합헌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판한 적도 있다. 당시 로버츠 대법관은 보수 성향임에도 합헌에 힘을 실어줬다.
연방대법원은 대선 직후인 11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소송 심리를 진행한다. 배럿이 대선 전 인준되면 그가 다루게 될 첫 이슈가 될 수 있다.
CNN은 "민주당과 진보층은 배럿이 낙태 권리를 후퇴시키고 오바마케어를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7남매의 장녀이자 7남매 엄마
배럿은 아이티에서 입양한 2명을 포함해 4남 3녀, 모두 7명의 자녀를 뒀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본인도 7남매 중 장녀다.
자녀 나이는 모두 20세 미만으로 역대 대법관 중 처음으로 학생을 둔 후보자라고 NBC 뉴스가 전했다.
특히 막내아들은 임신 중 검사에서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출산했다.
배럿 후보자는 "우리 집 아이들에게 형제·자매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꼽으라고 하면 바로 막내아들이다"라며 "막내아들의 집안에서 위치가 바로 그렇다"고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7명의 아이를 두고 다운증후군의 아이까지 키우다니 엄청나게 강한 슈퍼맘"이라고 보도했다.
1972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태생인 배럿은 로드스 컬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노터데임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또 노터데임 법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2006년과 2016년, 2018년 올해의 교내 법학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렛은 지난 2018년 졸업식에서 "질병은 발견한 의사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다"며 "그러나 사건에서는 소송 변호사나 판사의 이름을 따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법률이 일반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한 것이다.
남편 제시 배럿도 인디애나주 연방 검사를 지냈고, 아버지도 법조인 출신이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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