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리 "네타냐후 빨랫감 싸 온다"…이스라엘 "터무니없어"
주미 이스라엘대사관 "아랍에미리트·바레인과 관계 정상화 희석용 모함"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70) 이스라엘 총리를 손님으로 맞았던 미국 관리들이 그의 과도한 세탁물 서비스 요청에 불만을 표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할 때 더러운 옷이 든 가방들을 세탁하기 위해 가져오는 유일한 외국 지도자라고 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의 옷은 당연히 손님을 맞는 쪽에서 무료로 세탁해주지만, 다른 대부분의 정상은 짧은 체류 기간과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거의 세탁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 방문단은 실제로 더러운 옷이 담긴 가방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몇번 그의 방문을 경험해보니 이는 의도된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세탁 서비스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부정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과거 세탁물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2016년 네타냐후 총리는 '정보 자유 법률'에 따라 그의 세탁비가 대중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스라엘 법원은 네타냐후 총리의 손을 들어줬고, 세부적인 세탁 비용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2018년 그와 가까웠던 보좌관 니르 하피즈의 형사 재판에서 공개된 녹음을 통해 세탁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하피즈는 "네타냐후 총리의 부인은 출국 시 매번 더러운 옷으로 가득 찬 4∼5개의 가방을 가지고 갔다"며 "총리실은 모든 종류의 비용을 숨겼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의혹으로 퇴진 요구까지 받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혐의를 부인하면서 검찰과 언론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세탁물 논란'은 이스라엘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성과를 희석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대사관은 "이번 방문에서는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았고, 셔츠 몇 장과 잠옷을 세탁했으며 공개회의를 위한 양복과 총리 부인의 드레스에 대한 다림질을 맡겼을 뿐"이라면서 "이는 과거 방문 때보다 적은 양"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미국 당국자는 이번 네타냐후 총리 방문에서는 과거와 달리 더러운 옷이 담긴 가방들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민 운동가인 엘리아데 슈라가는 "국내에서도 세탁비 문제로 논란을 빚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에는 다른 나라 국가의 자원까지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라가는 네타냐후 총리 부부가 지난해 12월 하루 일정인 포르투갈 여행에 옷 가방 11개를 가져갔다는 보도를 듣고 그의 세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당시 가방에는 의류뿐만 아니라 사무에 필요한 물품도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스라엘 전문가 나탄 삭스는 "UAE·바레인과 관계 정상화 협정을 맺은 것은 네타냐후 총리의 역사적인 업적이지만, 사치스러운 습관에서 비롯한 세탁물 논란은 그의 성과와 비극적인 대조를 이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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