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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 코로나에 효능 입증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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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 코로나에 효능 입증됐나?
치료제로 쓰자는 글 SNS에 다수 게재…"대량투약 통한 코로나 종식" 주장도
식약처 "코로나 치료제로는 임상 2상 단계"…치료효과 최종 입증된건 아냐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율립 인턴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의 하나로 관심을 받고 있는 국내산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효과를 거론하고 활용을 촉구하는 주장이 인터넷상에 속출하고 있다.
SNS에는 "피라맥스 (코로나 치료제로) 긴급승인해라", "남녀노소 임산부까지 누구나 부작용없이 복용가능한 전세계 유일 예방적코로나 치료제~ 피라맥스가 있다"는 등의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심지어 전 국민에게 투여해야 한다는 현직 의사의 주장까지 나왔다.
심민보 성모사랑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닥터심'을 통해 "대량 약물 투여(mass drug administration) 방식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종료할 수 있는 약품이 피라맥스"라며 "(감염된) 사람에게 초기에 적절하게 사용하면 99%의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량 약물 투여'란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구역의 모든 사람에게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주로 말라리아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서 활용되는 집단 치료 방법이다.
심 원장의 주장은 이 같은 대량 약물 투여 방식을 코로나19 감염사태에도 응용할 수 있고, 여기에 사용될 치료제로는 국내 제약사인 신풍제약이 제조한 피라맥스가 가장 적합하다는 취지다.
심 원장의 유튜브 영상은 현재 약관 위반을 이유로 삭제된 상태지만, 그가 별도로 운영하는 카카오티비 채널에는 여전히 같은 영상이 게재돼 있다. 온라인상에선 이 영상과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퍼졌다.
이런 가운데, 이 약의 제조사인 신풍제약은 코로나 국면에서의 주가 고공행진에 이은 2천억원대의 자사주 매각을 통해 큰 이익을 실현한 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피라맥스가 코로나 치료제로 공인받기 위한 과정에서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부작용 우려는 없는지 등을 취재했다.




◇피라맥스 주성분의 바이러스 자가복제 억제력 평가한 논문이 효과 주장 근거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와 관련해 심민보 원장 등이 내세우는 근거는 고려대 의과대 미생물학과 교수진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신풍제약이 공동으로 지난 7월 28일 논문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게재한 논문이다.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는 코로나19와 독감의 항바이러스제 후보'(Pyronaridine and artesunate are potential antiviral drugs against COVID-19 and influenza)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피라맥스의 주성분인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를 폐세포에 주입할 경우 바이러스 복제 속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피라맥스를 환자에게 투약하면 폐세포에 침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가복제를 억제해 감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라맥스,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전체 3상 중 2상 진행중…갈길 멀어
하지만 이런 논문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 치료제로 바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공인받기까지는 임상시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5월13일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피라맥스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했는데, 아직 2상 시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약물의 치료효과를 명확하게 인정하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시험대상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임상 3상 시험까지 거쳐야 하는데, 아직 2상 시험도 완료하지 못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치료효과만 입증돼 식약처 심사를 통과한 약물"이라며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 치료제로 활용되기 위해선 최소한 임상 2상 시험 결과라도 나와야 하는데 아직 2상 시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로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피라맥스는) 지금 임상 2상을 승인받아 시험 중인데 임상 3상이 되기까지는 한참 시간이 남은 상태"라며 "3상 시험을 다 끝낸 후에 그 결과에 따라서 약을 쓰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아직 임상 2상 시험 중인 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다"며 피라맥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 과열은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몰고 온 기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사인 신풍제약 측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품"이라며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투여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 "코로나 치료제로서 부작용 없는지도 입증돼야"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려면 부작용 관련 검증도 마쳐야 한다.
심 원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같은 논문을 근거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해당 논문은 "(피라맥스 성분 중 하나인) 알테수네이트는 안전성 문제가 없는 미국 식품의약처(FDA)가 승인한 말라리아 약물로 확인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피라맥스의 부작용으로 빈혈이나 복통, 구토, 저혈당증, 아미노전이효소 증가 등이 거론되는 터에 새로운 용도(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이 없는지에 대한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초기에 코로나19 치료제로 각광받은 하이드로 클로로퀸도 부작용 피해가 발생하자 FDA(미국 식품의약국)가 허가 취소를 했다"면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에 쓰는 것은 '약물 재창출'이므로 임상 시험이 완료될 때까지는 어떠한 부작용이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도 "검사자와 피검사자에게 약물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시험하는 '이중 맹검 검사'를 통해 부작용 등의 이상이 없었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논문에 참여한 김진일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선 논문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 논문을 근거로 삼아 새로운 주장을 내놓는 것까지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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