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주기 3.14일 행성 'π지구' 발견…생명체 서식 기대 못 해
185광년 밖 초저온 M형 왜성에 바짝 붙어 초속 81㎞ 공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전 주기가 3.14일로 원주율(π)과 똑같은 외계행성이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대기·행성과학과 조교수 줄리엔 드 위트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약 185광년 떨어진 초저온 M형 왜성을 도는 지구 크기의 행성을 찾아낸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을 'π지구: K2 주방에서 스페쿨루스 팀이 따끈따끈하게 내놓은 3.14일 주기 지구 크기 행성'(π Earth: a 3.14-day Earth-sized Planet from K2's Kitchen Served Warm by the SPECULOOS Team)으로 재치 있게 달았다.
이 행성의 정식명칭은 'K2-315 b'이지만 공전 주기가 3.14일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π지구'라는 별칭을 붙였다.
항성 명칭 K2-315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2단계 임무(K2) 관측 자료에서 315번째로 찾아낸 행성계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연구팀은 이 행성계가 314번째로 발견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π 지구는 분석 결과, 지구 지름의 0.95배로 태양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M형 별을 초속 81㎞로 돌고있다. 행성의 질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이지만 별에 너무 가까이 붙어있는 바람에 표면 온도가 450K(섭씨 176도)에 달한다. 이는 '파이'를 굽기에는 딱 맞는 온도지만 생명체가 서식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케플러 망원경이 지난 2017년 수개월에 걸쳐 관측한 EPIC 249631677 자료를 분석하면서 K2-315의 별빛이 3.14일 주기로 줄어드는 것을 처음 찾아냈다.
연구팀은 약 20차례에 걸쳐 포착된 별빛 감소가 서로를 도는 쌍성계에서 유발된 것이 아니라 행성이 항성 앞을 지나는 '천체면 통과'(transit)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 2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과 북반구에 설치된 구경 1m 망원경 망인 '스페쿨루스'(SPECULOOS)를 동원해 π지구의 천체면 통과를 3차례 직접 관측했다.
스페쿨루스는 '초저온 항성을 가리는 생명체 서식 가능 행성 탐사'(The Search for habitable Planets EClipsing ULtra-cOOl Stars)에서 따온 말로, 가까이 있는 초저온 왜성 주변을 도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내기 위해 고안됐다. 초저온 왜성은 작고 빛이 강하지 않아 주변을 도는 행성을 찾아내고 대기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용이하다.
연구팀은 π지구가 내년 말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발사되면 자세한 대기 성분을 분석할 유망한 후보 행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대학원생 프라즈왈 니라울라는 "외계 세계의 대기 탐사에 적합하게 고안된 JWST에 맞춰 앞으로 더 흥미로운 행성이 발견될 것"이라면서 "더 정확한 알고리즘으로 언젠가는 화성처럼 작은 행성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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