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올라탄 몰디브, 빚더미에 허덕
중국에서 41억달러 빌려 대형 건축·토목 프로젝트
사업 채산성 낮아 디폴트 위기…중국에 종속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몰디브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부터 거액을 빌려 진행한 대형 건축·토목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낮아 빚더미에 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몰디브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의 만기를 1~2년 앞둔 상황에서 차관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국회의장은 몰디브가 중국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차관으로 인해 빚의 수렁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차관을 상환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 어떤 사업계획도 빚을 갚을 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프로젝트 대부분의 공사 비용이 크게 부풀려졌다면서 중국에서 빌린 명목상 부채는 31억달러(3조6천억원 상당)지만 실제 받은 액수는 11억달러(1조2천700억원 상당)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몰디브의 국내총생산(GDP)이 49억달러(5조7천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으로부터 받은 차관의 총액이 연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중국에서 빌린 대규모 자본으로 진행한 사업 중 말레섬과 훌루말레섬을 잇는 대형 교량 시나말레가 대표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나말레교는 왕복 4차선에 연장 2.1㎞인 대형 교량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몰디브 정부가 2억달러를 빌려 건설한 뒤 2018년 9월 개통했다.
말레와 훌루말레의 발레나국제공항을 잇는 이 다리로 인해 교통의 편의성이 매우 높아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광 수입이 줄어들면서 중국으로부터 빌려온 거액의 차관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몰디브가 중국에서 빌린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 이웃 나라인 스리랑카와 같은 현실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스리랑카는 내전 종식 이후 재건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빌려 함반토타 항구 건설에 거액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항구는 사업 착수 직후 채산성이 극히 낮은 프로젝트로 판명됐고, 결국 스리랑카 정부는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주고, 항구 주변에 1만5천에이커의 부지를 중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 측은 몰디브의 우려는 기우라고 항변한다.
장리정 주몰디브 중국대사는 BBC에 "몰디브가 부채 함정에 빠질 위험에 있다는 것은 허구"라면서 "중국은 몰디브나 다른 어떤 개도국에도 (차관과 관련해) 원하지 않거나 의지에 반하는 추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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