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심하면'…라이베리아도 '성폭행' 국가비상사태 선포
나이지리아 이어…남아공 '집콕' 봉쇄령에 여성 대상 폭력↑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최근 성폭행이 급증하면서 조지 웨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로운 대책을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수천 명의 라이베리아인이 지난달 수도 몬로비아에서 성폭행 증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뒤 나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웨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국가적인 성범죄자 등록소 설치, 성폭행 전담 검사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정부는 또 성폭력 및 여성을 상대로 한 젠더기반폭력(GBV)에 대처하기 위해 이른바 '국가안전 태스크포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가난에 찌든 라이베리아는 최근 수년 동안 전쟁과 에볼라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성폭행 사건으로 큰 우려를 샀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450만명의 라이베리아에서 2015년 803건의 성폭행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단 2%만 유죄 판결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처벌과 14년(1989∼2003)간 지속된 내전이 이러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라이베리아에서는 특히 올해 들어 성폭행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마거릿 테일러 라이베리아 여성지위향상네트워크 국장은 지난 6∼8월 600건의 성폭행 사건을 파악했다며, 이는 5월( 80∼100건)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유명 축구선수 출신인 웨아 대통령은 지난 9일 몬로비아에서 열린 성폭력 대처 콘퍼런스 연설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안에서 성폭행 전염병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 어린이와 소녀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서아프리카에 속한 나이지리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 동안 성폭행이 3배나 늘자 지난 6월 12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봉쇄 기간 젠더기반폭력이 폭증하자 이를 또 다른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이에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강력한 처벌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남성들에게 폭력 중단을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