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원조 미투' 애니타 힐 "바이든 후보 지지"
바이든 상원 법사위원장 시절, 청문회서 성폭력 피해 증언했다 곤욕
"성폭력 생존자 위해 바이든과 일할 의사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1990년대 초, 토머스 클래런스 미국 대법관의 성폭력 가해 의혹을 폭로한 애니타 힐 브랜다이스대 교수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힐 교수는 6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현 정치 상황을 고려해 자신이 바이든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함께 일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의 원조 격인 힐 교수의 공개적인 지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약 30년 전 바이든 후보와의 악연 때문이다.
힐 교수는 바이든 후보가 상원 법사위원장 시절이던 1991년 토머스 지명자의 인준청문회에서 자신의 성희롱 피해 사실에 대해 증언했다.
당시 토머스는 성희롱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원 남성 의원으로 구성된 상원 법사위는 힐의 주장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몰아세웠고 그의 인성을 문제 삼는 등 모욕을 가했다.
결국 힐의 증언에도 토머스는 상원으로부터 인준을 받았다.
바이든 후보는 법사위원장으로서 청문회를 주재하면서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당시 그의 이런 처신이 향후 대선에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힐 교수는 이런 과거에도 바이든을 지지하는 데 대해 "과거 그(바이든)의 모든 한계와 그가 한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둘 중에서 조 바이든이 11월에 당선돼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이런 선택이 단순히 바이든 후보의 경쟁자가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은 아님을 강조했다.
힐 교수는 "이는 그것보다는 성폭력 생존자들에 관한 문제"라며 만약 이를 위해 조 바이든과 함께 일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에 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면서 "나는 그(바이든)와 얼마든지 함께 일할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증언 경험에 대해 그는 "1991년이 미친 영향 중 하나는 어떤 식으로도 정부와 일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성폭력을) 겪은 사람들과 우리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그런 일을 겪게 될 사람들"이라면서 "그것이 내가 1년 전까지만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해 4월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힐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1991년 청문회 당시의 상황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ABC방송의 '굿 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서도 "위원장으로서 그(힐)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고 바이든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던 힐 교수도 이에 대해서는 "그것은 하나의 시작"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힐 교수는 차기 대통령은 여성과 남성, 제3의 성에 속하는 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성별로 인해 겪는 폭력에 대해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조 바이든이 그런 사람이라고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는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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