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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맥 빠진 IFA 2020…집콕 트렌드·중국 점령 눈길
오프라인 대폭 축소하고 온라인 병행…관심도 예년보다 저조
삼성 빠지고 LG·현대차 온라인으로…중국 업체들 유럽에 러브콜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최재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대폭 축소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IFA 2020'이 5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 글로벌 대형 전시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취소된 가운데 IFA가 유일하게 행사를 개최했지만 삼성전자[005930] 등이 불참하고 관람객도 저조해 흥행에는 실패했다.
사상 최초로 온·오프라인을 혼합한 방식으로 열린 행사에서 글로벌 업체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대세인 '집콕'을 공략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올해 IFA는 사실상 중국 업체들이 점령해 눈길을 끌었다.

◇ 삼성·LG 모두 가상 온라인 행사…현대차 첫 참여
매년 IFA에서 별도 건물에 대형 전시장을 꾸렸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제한이 생기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2일 별도의 온라인 행사로 하반기 유럽 시장 전략 제품들을 선보였다.
LG전자[066570]는 참여해 행사 기간 가상(3D) 전시관을 운영하고, 언론 간담회(프레스 콘퍼런스)에서는 박일평 사장이 가상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LG전자의 제품과 비전을 소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제히 '집·일상·연결'을 주제로 내세웠다.

삼성은 코로나19로 높아지는 홈시네마 수요를 겨냥해 9년만의 프로젝터 신제품 '더 프리미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한 맞춤형 '비스포크' 냉장고,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그랑데 AI' 세탁기 등 라이프스타일 가전을 대거 선보였다. 모바일 의존도가 높아지는 일상에서 최상의 연결성을 제시하기 위해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2', 태블릿 신제품 '갤럭시탭 A7', 신규 5G 스마트폰 '갤럭시 A42 5G' 등 갤럭시 생태계도 소개했다.

LG전자는 경기 판교 신도시에 조성한 LG 씽큐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LG 씽큐 홈은 경기 판교신도시에 조성된 실제 공간으로, LG전자가 IFA2020에서 내세운 주제인 '좋은 삶은 집에서 시작된다'를 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공기청정기 기술을 반영한 전자식 마스크 'LG 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를 공개해 관심을 받았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7월 국내 의료진에게 기부하며 처음 알려진 제품인데, IFA2020에서 제품의 구체적인 사양 등을 처음 공개하고 올해 안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트루스팀'을 적용한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트롬 건조기 등과 올레드(OLED) TV 등 프리미엄 생활가전과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로봇 제품들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처음으로 IFA에 출전했다. 첨단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현대차는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친환경 모빌리티(운송수단) 비전과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등을 소개했다.


◇ 중국은 대거 출격…포스트 코로나 산업전시 과제 남아
경쟁업체들이 불참하거나 온라인으로 참여하며 몸을 사린 것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올해 행사는 사실상 중국이 휩쓴 셈이다.
IFA에 따르면 온라인 참가 업체 1천400개 중 90%가 넘는 1천여개가 중국 업체였다. 또한 화웨이, TLC, 하이얼, 아너, 투야 등 중국 업체들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온라인이 아닌 행사 현장에서 직접 진행하거나 전시 부스를 열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홈 기술을 뽐내며 한국 기업을 빠르게 쫓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중 갈등 여파로 유럽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화웨이(華爲)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AI와 사물인터넷(IoT), 유럽 투자를 집중 조명했다.
화웨이는 1개의 스마트폰을 매개로 8개의 전자기기와 N개의 파트너를 연결한다는 뜻의 '1+8+N' 전략을 내세웠다. 자체 플랫폼인 '앱 갤러리' 액티브 유저(실제 사용자)가 4억2천만명을 넘어섰다며 화웨이 생태계의 성장세를 강조했다.
특히 화웨이는 유럽 전역에 플래그십 매장 8곳과 체험형 매장 42곳을 열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유럽은 향후 10년간 화웨이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유럽 시장에 러브콜을 보냈다.

중국 TV 업체 TCL은 AI 기능을 강조한 QLED TV '프로 X10', 집안 곳곳을 가전제품과 연결하는 IoT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각한 LCD 생산라인을 인수한 TCL은 종이와 같은 디스플레이용 'NXT 페이퍼', 롤러블폰 시제품 등도 공개했다.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은 2023년 스마트홈 분야 톱3을 목표로 내세우며 '하이얼 스마트홈'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 행사에서 한국 업체들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지만 올해는 중국의 존재감이 독보적이었다"며 "중국 업체들이 미국과의 갈등 여파로 유럽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미국 퀄컴은 개막 기조연설을 맡고 고성능 노트북용 칩인 '2세대 스냅드래곤 8cx 5G 컴퓨트 플랫폼'과 보급형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등을 공개했다.
이외에 독일 밀레는 AI 기술 기반 카메라가 오븐 요리 과정을 제어하는 '스마트 푸드 ID'를 비롯한 AI 기반 가전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IFA 주최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산업 회복에 기여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IFA2020을 개최한다"고 밝히며 오프라인 전시장은 3개관만 열고 최대 입장객을 750명으로 제한했다.
전시장인 '메세 베를린'은 입장객 자체가 워낙 적어 한산했다. 온라인 참여 업체는 1천곳이 넘긴 했으나 삼성전자처럼 IFA에 불참해도 별도 자체 온라인 행사를 열 수 있는 데다, 실시간 중계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IFA에 참여해야 하는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업체들이 한데 모여 대형 전시를 열며 경쟁하는 '컨벤션 효과'는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산업전시가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서 행사를 살려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가전·IT 전시회 'CES2021'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행사 주최 측이나 기업들 모두 IFA2020을 선례로 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비즈니스가 일반화하고 있는데 IFA2020이 이같은 '뉴노멀'을 반영한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업체들도 산업전시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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