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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코로나 블루 '+α'




◇ '바늘귀' 취업문,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9월입니다. 예년과 다른, '뉴노멀(New Normal)'이 지배하는 일상이 또 한 달 시작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까운 내일조차 내다보기가 어렵습니다.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상황도 '터프'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이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23만8천명,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20만8천명) 이후 가장 작은 규모라고 하죠. 9월 신학기 시작과 동시에 각 기업체의 현수막이 내걸리고 채용설명회, 취업박람회를 오가며 분주했을 대학가의 모습,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530곳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64.1%가 1∼9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채용 예상 인원은 총 3만1천173명으로 작년(4만4천821명)보다 1만3천여명 줄어 신입 일자리의 3분의 1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비대면 면접이라도 실시하는 회사가 있다면 감사해야 할 지경입니다.



간신히 '바늘귀' 취업문을 통과해 회사에 다니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도 결코 취업준비생 후배들이 부러워할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그들의 일상도 위태위태합니다. 출근하는 것도, 점심 먹는 것도, 회사 업무 수행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습니다.



출근길,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대됐다는데, 시차출근제를 도입한 곳도 있다는데,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은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여전히 넘쳐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비(非) 재택근무 일자리가 전체 취업자의 74%, 고(高)대면 접촉 일자리도 55%에 이른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합니다. 여전히 고된 출근길입니다. 두려운 출근길입니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밀접 접촉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점심시간, 그나마 있던 직장인들의 해방구도 닫혔습니다. 이제 마음 놓고 어디 맛집에 찾아갈 수도 없습니다. 오후 업무를 시작하기 전 잠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카페에 앉아 수다라도 떨며 업무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없습니다.

◇ '번아웃' 그리고 '코로나 블루'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재택, 유연 근무로 전환된 직장인들의 상황은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보다 좀 나을까요?



그래도 집에 머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기엔 '설상가상'의 상황입니다. 회사 일은 일대로 하면서 가정을 돌보는 일이 더해집니다. 학교, 학원, 유치원,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 아이를 결국은 가정에서 돌봐야 합니다. 아침, 점심밥도 챙겨줍니다. 학교 온라인 수업에 잘 출석했는지, 과제는 제대로 하는지도 확인합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부모의 역할이 좀 더 가중됩니다. 맞벌이라고, 내가 힘들다고 방치하면 내 아이가 뒤처질까 봐, 엇나갈까 봐 걱정됩니다. 직무 스트레스에 육아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며 번아웃(Burnout)을 걱정할 처지입니다.



코로나19 팬더믹 시대, 사람들이 겪는 우울감, 무기력증을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 말합니다. 어디 나가서 회사일로 생긴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풀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 보니 '마음의 불순물'이 내면에 쌓여갑니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회사, 집, 회사, 집… 돌이켜 보면 학교, 집, 학원으로 쳇바퀴 돌던 고3 수험생 시절, 도서관, 집만 오가야 했던 취업준비생 시절 그 동선, 그 스트레스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미생' 마 부장, 팬더믹 시대에 산다면?

직장 생활에도 코로나 블루에 더해지는 +α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결국 '만남'을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일이 풀려가고, 굴러가다 보니 발생하는 갈등, 문제들이 있습니다. 도드라지는 게 소위 말하는 '갑질',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미생>에서 부하 직원들을 막 대하던 '마 부장'의 모습은 드라마가 종영된 지 6년이 지난 지금도 A회사, B회사, C회사, 사회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갑질'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이들이 집행유예를 받고 다시 멀쩡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다 끝난 얘기로 치부해선 곤란합니다.



지난 7월 개정 근로기준법,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갑질금지법' 시행이 1년을 맞았습니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게 법의 취지입니다. 관련 법이 통과된 지 1년 이상이 지났지만, 글쎄요?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됩니다. 법 시행 1년을 맞아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1천명 중 45.4%는 '최근 1년간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바이러스만큼 '코로나 갑질'도 직장에서 기승을 부립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원할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직장갑질119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는 직장 상사들이 일방적으로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어차피 다 쓰지도 못하는 휴가를 가게 해줘도 뭐라고 한다'고, '어떻게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냐'고 얘기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도 바뀌고 세대도 변하는데, 자신이 윗사람 눈치 보며 직장생활 했다고 후배들도 전처럼 그래야 할까요?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일본에서는 직장 상사가 온라인으로 재택근무하는 부하를 괴롭히는 문제와 관련해 텔레워크(telework·IT장비를 이용한 재택근무)와 해러스먼트(harassment·괴롭힘), 리모트(remote·원격)와 해러스먼트를 합성한 '테레하라', '리모하라' 같은 합성 신조어가 생길 정도입니다.

그만큼 재택근무 중에 발생하는 고충에 공감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올봄에 이어 '재택근무 시즌2'를 맞은 우리 상황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말들입니다.



"뭔 말인지는 잘 알겠는데 오해야.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거야."
"……."
"넌 팀장이 말하는데 대꾸도 없니?"

재택근무, 비대면 업무 상황에서 소통의 문제도 화두입니다. 영상 회의나 SNS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서 소통한다고는 하지만 대면 업무 상황의 그것만큼 정확하고 직접적이며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대화방에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습니다.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설명과 이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보다, 소통이 쉽지 않다며 이를 생략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군대도 아닌데 상명하복이 표면화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결국 불만이 극에 달해도 부하 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걱정하며 입을 닫아 버리고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 하달만 '공지'라는 이름으로 단톡방에 남게 됩니다.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 같아요. 실망이 크네요…"

토닥여 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결국 단톡방에 남기지 못한 말들은 냉가슴 앓다가 의지할 수 있는 친한 직장 선후배 간의 '개별 톡방'에 오르내립니다.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동료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서, 그래도 더 나쁜 상황들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요?



'그림자 노동'도 계속됩니다. 상사가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업무 처리를 지시하면 내가 힘들지 않으려고,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쉬는 날 잠시 시간을 내서, 퇴근 시간이 지나고도 집에서 할 수 없이 미리 일을 어느 정도 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상사 눈치가 보여 이렇게 일한 것에 대해 추가 근무시간으로 올리지도 못합니다.

◇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리버스 멘토링'

팬더믹 시대, 리더십도 위기에 봉착합니다. 시대에 뒤처지는 리더십이 의심을 받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떠올려 봅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횡포나 독단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디서 감히…" 방향성을 리더가 독단적으로 정하고 밀어붙이는 건 2020년, 안 그래도 코로나19 팬더믹 시대에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서 옛말이 됐으면 합니다. 좀 더 유연하게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받아들여 고치려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출간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회사에 들어오기 시작한 1990년대생, 그 세대가 갖는 특징을 설명해 주고 기성세대가 당장 사무실에 도래한 이들 세대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그들의 일부의 튀는 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내용도 포함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이 90년대생의 특징을 간파할 수 있도록 하고 후배들의 '이상한 점'을, '잘못된 점'을 바로 잡도록 알려주는 선배들의 자기계발서(?)는 아닙니다.

90년대생들의 상황 인식은 기성세대와 정반대일 지도 모릅니다. 젊은 직장인의 사고와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그들은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수의 일반 사원들이 기성세대 간부들의 '공감 능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소개하던 헤드라인 한 구절이 눈에 밟힙니다. "새로운 세대, 90년대생과 '함께' 생존하기 위한 가이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변화의 파고에 맞서 정면돌파의 승부수를 띄운 기업들의 실험(?)이 눈길을 끕니다. LG유플러스[032640],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등의 기업들은 앞다퉈 '90년대생', 'MZ세대'로 대표되는 사원들이 경영진, 임원들, 실장님, 팀장님의 멘토가 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란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멘토와 멘티의 자리가 뒤바뀐 거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새 시대에 적응하려는 일종의 '리빌딩' 시간인 셈입니다. 그 이전, '타운홀 미팅' 수준으로는 상향식 의견 수렴에 한계가 있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기에도 역부족이었다는 인식이 반영된 거로 풀이됩니다.

물론 직장 선·후배 간의 문제를 '세대 차이'로만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권위에 기대지 않고 상대가 누구든 존중과 배려가 몸에 익은 분, 열린 사고와 포용력을 가진 분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목격합니다.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하 직원들이 이해하려고 하는 만큼 상사들도 직원들이 싫어하는 것,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고 문제해결에 반영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직장 생활의 '뉴노멀', 새로운 일상의 지향점이 돼야 할 것입니다.

◇ '정서적 유대'가 먼저

직장인에겐 잠에서 깨어있을 때,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직장입니다. 직장 생활에 활기가 없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혹은 그 안에서 인간관계의 문제가 발생해 갈등 요소가 있다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이전보다 더 힘겨운 내면의 문제로 불거질 소지도 있습니다.



수직 관계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동료'라는, 수평 관계로 서로를 인식하고 좀 더 민주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체의 모습이 '혁신'이란 이름으로, 소위 '잘 나가는' 회사의 전형으로 뉴스에 소개되곤 합니다. 전에는 '별난' 회사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롤모델'이 됐습니다.

갑과 을,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이란 말의 유통기한도 이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팬더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직급을 따지며 업무 지시만 앞세우고 부담을 주기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격려, 함께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 보자는 정서적 유대, '동료 의식'이 아닐까요? 아! 단합 대회나 회식은 지금 안 되는 거 아시죠? 아! 쉬는 날 일 얘기를 꺼내 죄송합니다… -_-;; 2020.9.5

hi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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