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비아 내전에 시리아 용병 5천명 파병
"외세개입 대리전 된 리비아 내전에 새 악재"
용병들 잇단 범죄에 치안불안·지역사회 반발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터키가 리비아 내전에 시리아 용병 5천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터키의 조치로 인해 리비아의 정세가 장기적으로 더욱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AP통신은 미국 국방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2분기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시리아 용병은 과거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도운 전력이 있으며, 이번에는 리비아의 반군인 동부 세력을 축출하라는 임무를 띠고 보내졌다.
먼저 보고서는 올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의 내전 휴전을 촉구하며 외부세력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결의안이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이뤄졌다면서 외부 세력 개입에 의한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동서로 갈라져 10년 가까이 내전을 벌이고 있다. 서부는 유엔이 합법 정부로 인정한 리비아 통합정부가, 동부는 이에 반대하는 리비아 국민군이 통치하고 있다.
종교적 색깔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통합정부는 터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고, 동부의 반군 세력은 러시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보낸 3천명의 용병뿐만 아니라 시리아, 수단 등 이웃 국가가 보낸 용병 수천 명이 동서에서 서로 싸우고 있다.
동부군은 지난해 4월 수도 트리폴리를 점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터키의 지원을 업은 정부군에 밀려 성공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시리아 용병들이 서부지역에서 절도와 성폭력을 일삼고 있다는 신고가 늘고 있어 오히려 치안을 불안하게 만들고 지역 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도 분석했다.
미국 아프리카사령부에 따르면 이들 용병은 터키 민간 용병업체 사다트의 지휘를 받고 있으며, 경험이 부족하고 교육이 덜 돼 있는 데다 경제적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보고서는 특히 군복무 경력이 있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이념보다는 생계를 위해 이번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지난달 트리폴리 등 서부지역 곳곳에서는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정부군은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하고, 시위 참가자 몇몇을 유괴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터키가 시리아 용병뿐만 아니라 리비아 서부에 배치된 터키 공군 시스템을 다루기 위한 기술자 등 병력 수백명도 함께 보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리비아 내전이 이웃 국가들의 대리전쟁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러시아, 터키, UAE, 이집트 등이 리비아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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